건강

뇌 영양제? 치매 예방? 치매치료제일 뿐입니다

해피y 2020. 4. 18. 22:01

 

[이게뭐약] '콜린알포세레이트' 오·남용 논란
"뇌에 좋다" 소문에 처방 급증… 항암제 이어 건강보험 재정 2위
일반인에겐 효과 입증된 바 없어

'뇌 영양제'로 인기를 얻고 있는 약 성분이 있다. 바로 치매 치료제로 쓰이고 있는 콜린알포세레이트. 뇌 영양제로 소문이 나면서 건강보험 청구 순위에서 항암제에 이어 2등을 차지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문제는 치매 치료제가 치매 예방약으로 '오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치매 초기 혹은 치매환자에게만 효과가 입증됐다는 게 전문의들의 일치된 견해다. 한 대학병원 신경과 A 교수는 "치매가 없는 사람에 대한 효과는 입증된 적이 없어 무분별한 사용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매 예방약의 개발 보고는 아직 없다.

◇치매환자에겐 약, 일반인에겐 '글쎄'

치매 치료는 뇌신경전달물질 '아세틸콜린' 제어를 핵심으로 한다. 아세틸콜린이 결핍되면 기억력, 인지기능 장애가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보충하거나(콜린알포세레이트) 분해를 막아야(아세틸콜린분해효소 억제제) 한다. 아세틸콜린분해효소 억제제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로 진단받아야 사용할 수 있어 제한적이지만,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진단기준이 넓어 접근하기 쉽다. 국내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는 대웅바이오 글리아타민종근당 글리아티린이 대표적이다.

치매가 없는 멀쩡한 사람이 치매 치료제를 먹는다고 치매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치매가 없는 멀쩡한 사람이 치매 치료제를 먹는다고 치매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게티이미지뱅크
현재까지 임상으로 콜린알포세레이트는 도네페질(아세틸콜린분해효소 억제제)과 병용했을 때 효과가 입증됐다. 하지만 단독 사용 시에는 아직 밝혀진 게 없다. A 교수는 "두 약을 같이 써 아세틸콜린 분해를 막으면서 보충해주는 것"이라며 "이탈리아의 한 연구에서 병용요법의 인지기능 저하 효과가 입증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어느 쪽이든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치매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대학병원 치매 전문의 B 교수는 "콜린알포세레이트 병용요법은 치매 종류 중 혈관성치매(뇌졸중, 뇌출혈 등 뇌혈관이 다쳐 생긴 치매)와 혼합형 치매(혈관성+알츠하이머성)에 대한 효과만 밝혀졌다"며 "알츠하이머 초기, 경도인지장애가 나타난 사람에게도 증상 완화를 위해 콜린알포세레이트 사용을 고려할 수 있지만 멀쩡한 중장년층은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다행히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안전성이 뛰어나고 부작용 위험이 낮다.

◇7년 새 처방 4배 증가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항암제에 이어 건강보험 청구 순위 2등을 차지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콜린알포세레이트 건강보험청구액은 2011년 930억원에서 2018년 2705억원으로 약 3배 급증했고, 청구건수도 2011년 151만건에서 2018년 687만건으로 4배 늘었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처방이 급증한 이유는 3가지다. ▲고령화로 인한 노년인구 증가 ▲치매의 사회적 이슈화 ▲콜린알포세레이트가 뇌 영양제 효과가 있다는 소문 등이다. B 교수는 "확실한 치매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치매를 막으려는 사람들이 의료진에게 처방을 원한다"며 "보험 기준에서 진단명만 있으면 처방할 수 있어 무분별하게 처방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콜린알포세레이트의 넓은 처방 기준 때문에 정상인 사람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국내 콜린알포세레이트 급여 기준은 ▲뇌혈관 결손 또는 퇴행성 뇌질환에 의한 증세 ▲감정·행동 변화 ▲노인성 가성우울증으로 구분된다. 이중 감정·행동 변화와 노인성 가성우울증은 대다수 노년층에게서 쉽게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약 하나를 먹는다고 치매가 예방될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대신 올바른 생활습관과 활발한 사회활동 등으로 뇌를 자극하는 게 최선이라는 설명이다. B 교수는 "치매환자에게만 효과가 있는 약제일 뿐, 뇌를 건강하게 해주는 영양제가 아니므로 일반인은 남용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09/202004090435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