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뭐약] '콜린알포세레이트' 오·남용 논란 "뇌에 좋다" 소문에 처방 급증… 항암제 이어 건강보험 재정 2위 일반인에겐 효과 입증된 바 없어
'뇌 영양제'로 인기를 얻고 있는 약 성분이 있다. 바로 치매 치료제로 쓰이고 있는 콜린알포세레이트. 뇌 영양제로 소문이 나면서 건강보험 청구 순위에서 항암제에 이어 2등을 차지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문제는 치매 치료제가 치매 예방약으로 '오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치매 초기 혹은 치매환자에게만 효과가 입증됐다는 게 전문의들의 일치된 견해다. 한 대학병원 신경과 A 교수는 "치매가 없는 사람에 대한 효과는 입증된 적이 없어 무분별한 사용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매 예방약의 개발 보고는 아직 없다.
◇치매환자에겐 약, 일반인에겐 '글쎄'
치매 치료는 뇌신경전달물질 '아세틸콜린' 제어를 핵심으로 한다. 아세틸콜린이 결핍되면 기억력, 인지기능 장애가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보충하거나(콜린알포세레이트) 분해를 막아야(아세틸콜린분해효소 억제제) 한다. 아세틸콜린분해효소 억제제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로 진단받아야 사용할 수 있어 제한적이지만,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진단기준이 넓어 접근하기 쉽다. 국내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는 대웅바이오글리아타민과 종근당글리아티린이 대표적이다.
현재까지 임상으로 콜린알포세레이트는 도네페질(아세틸콜린분해효소 억제제)과 병용했을 때 효과가 입증됐다. 하지만 단독 사용 시에는 아직 밝혀진 게 없다. A 교수는 "두 약을 같이 써 아세틸콜린 분해를 막으면서 보충해주는 것"이라며 "이탈리아의 한 연구에서 병용요법의 인지기능 저하 효과가 입증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어느 쪽이든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치매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대학병원 치매 전문의 B 교수는 "콜린알포세레이트 병용요법은 치매 종류 중 혈관성치매(뇌졸중, 뇌출혈 등 뇌혈관이 다쳐 생긴 치매)와 혼합형 치매(혈관성+알츠하이머성)에 대한 효과만 밝혀졌다"며 "알츠하이머 초기, 경도인지장애가 나타난 사람에게도 증상 완화를 위해 콜린알포세레이트 사용을 고려할 수 있지만 멀쩡한 중장년층은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다행히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안전성이 뛰어나고 부작용 위험이 낮다.
◇7년 새 처방 4배 증가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항암제에 이어 건강보험 청구 순위 2등을 차지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콜린알포세레이트 건강보험청구액은 2011년 930억원에서 2018년 2705억원으로 약 3배 급증했고, 청구건수도 2011년 151만건에서 2018년 687만건으로 4배 늘었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처방이 급증한 이유는 3가지다. ▲고령화로 인한 노년인구 증가 ▲치매의 사회적 이슈화 ▲콜린알포세레이트가 뇌 영양제 효과가 있다는 소문 등이다. B 교수는 "확실한 치매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치매를 막으려는 사람들이 의료진에게 처방을 원한다"며 "보험 기준에서 진단명만 있으면 처방할 수 있어 무분별하게 처방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콜린알포세레이트의 넓은 처방 기준 때문에 정상인 사람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국내 콜린알포세레이트 급여 기준은 ▲뇌혈관 결손 또는 퇴행성 뇌질환에 의한 증세 ▲감정·행동 변화 ▲노인성 가성우울증으로 구분된다. 이중 감정·행동 변화와 노인성 가성우울증은 대다수 노년층에게서 쉽게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약 하나를 먹는다고 치매가 예방될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대신 올바른 생활습관과 활발한 사회활동 등으로 뇌를 자극하는 게 최선이라는 설명이다. B 교수는 "치매환자에게만 효과가 있는 약제일 뿐, 뇌를 건강하게 해주는 영양제가 아니므로 일반인은 남용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