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천원으로 담배 한갑, 신문 사서 지하철로 출근 |
|
스포츠조선이 세상에 태어난 뒤 17년 동안 세상은 참 많이 변했다. 10년이 아니
라 3년만에 강산이 바뀌는 게 요즘 세태. 그 사이 물가도 몇곱절은 뛰었다.
인터넷이 생활의 중심으로 자리잡으면서 '종이 신문'이란 용어가 만들어졌지만 17년 전엔 신문하면 그냥 종이로 만들어진 게 전부였다. 당시 신문 한부의 가격은 200원. 지금 신문값에 1/3 정도였다.
한달 구독료는 모든 신문이 4000원 균일가였다. 국내 프로야구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시절인지라 스포츠조선은 찍는대로 팔려나갔다. 또 당시엔 신문 판매원이 지하철을 칸칸이 누비며 신문을 팔았다. 누군가 지하철 선반에 스포츠신문을 얹어놓으면 얼른 다른 사람이 집어들고선 득의만만한 표정을 짓던 때였다.
지하철 요금 200원 신문 한부값과 같아 |
보통사람을 외쳤던 노태우 대통령이 청와대를 지켰던 당시의 서울 지하철 요금도 200원이었다.
지하철 요금은 신문값과 비슷한 궤적을 그렸는데 최근들어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현재 지하철 기본요금은 교통카드를 기준으로 900원. 신문값을 넘어섰다.
이같은 현상은 대략 2000년부터 시작됐다는 게 통계기관의 분석이다. 서울 시내버스 요금도 마찬가지. 당시엔 150원 안팎이었던 버스 요금은 이젠 네자릿수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담뱃값 올리자 400원짜리'은하수'로 바꿔 |
'88', '솔', '아리랑', '은하수' 같은 잊혀진 이름의 담뱃값도 그 때는 1000원 미만이었다. 600원을 받던 '88' 한갑의 가격을 200원이나 올리자 호주머니 사정이 여의찮았던 애연가들은 400원짜리 '은하수'로 기호 상품을 다운그레이드하기도 했다. 요즘 '레종', '원', '에쎄' 등 대다수 담배 가격이 2500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17년 동안 가장 많이 오른 품목 가운데 하나가 담배다.
민주화 바람탄 라면 2배이상 가격 인상 |
국민 간식 라면은 1990년엔 동네 슈퍼마켓에서 200원을 받았다.
전두환 대통령이 집권하던 7년여 동안 100원에 꽁꽁 묶였던 봉지 라면값은 민주화의 혜택을 맨먼저 누리며 가격이 두배나 뛰었다.
하지만 스포츠조선이 창간되던 그 해에 유해 논란으로 온나라가 시끄러웠던 '우지 파동'이 터지면서 한동안 일부 회사의 봉지 라면 생산이 중단되기도 했다. 어린이날이면 불티나게 팔려나갔던 자장면은 서울을 기준으로 대략 1200원 정도였다.
25도짜리 '독한 소주' 400원이면 캬~ |
서민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소주는 360㎖를 기준으로 당시 소비자가격이 400원 안팎이었다.
지금이야 알코올 도수 20도선이 무너졌다고 소주 회사들마다 앞다퉈 떠들어대지만 그 때는 진로 '빨간 뚜껑'이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알코올 도수는 25도로 톡 쏘는 맛이 요즘 소주와는 완연히 달랐다. 더 독한 소주를 원하는 애주가들은 강원도 지역에서 주로 팔렸던 경월 소주를 찾았다. 또 디자인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독특한 병 모양의 코카콜라는 소매점에서 한병(355㎖)에 230원 정도를 받았다. 지금 콜라값의 1/3 정도다.
휘발유 절반-경유는 지금의 4분의 1 |
지난해부터 리터당 1400원을 넘어선 휘발유 가격은 17년 전만 해도 리터당 700원 안팎으로 지금의 절반 수준이었다. 서울올림픽 직후 '마이카족' 시대가 열리면서 주유소들도 호황을 누렸던 시절이었다. 경유는 휘발유 가격의 절반도 안되는 리터당 300원 정도로 지금의 1/4 수준이었다.
등록금-쇠고기 가격도 4배이상 올라 |
또 소 팔아서 자식들 대학 보낸다는 이유로 회자됐던 '우골탑'이란 표현은 지금과 비교하면 엄살이 심했다는 느낌이다. 1990년 당시 서울 소재 4년제 사립대학의 평균 한학기 등록금은 90만원선. 하지만 올해 대학 등록금은 평균 350만원 정도로 4배 가까이 올랐다. 소 이야기가 나온 김에 쇠고기 가격도 알아보자. 통계청이 발표한 1990년 당시 쇠고기 500g 가격은 5600원 가량. 당시엔 쇠고기 수입이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 한우였다. 하지만 요사이 백화점에서 한우 쇠고기 500g를 사려면 지갑에서 배춧잎 석장은 꺼낼 용기가 필요하다. 그나마 안심 등심 등 인기있는 부위는 500g에 4만~5만원에 육박한다.
목동아파트 3천만원에 구입…20배 껑충 |
지난 한해 서민들의 가슴을 무너뜨렸던 아파트 가격은 17년 성상을 거치며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1988년부터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됐던 서울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의 당시 시세는 27평형이 대략 3000만원선. 당시엔 지하철이 개통되지 않은데다 주변 환경도 좋지 못해 비슷한 시기에 입주했던 상계동 아파트 단지들보다 시세가 뒤졌다. 하지만 요즘 목동 아파트 27평형의 시세는 7억원을 넘어섰다. 17년 동안 20배 넘게 오른 것이다.
'그때 그시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 강제 징용 사진 60년 만에 햇빛 (0) | 2019.03.06 |
---|---|
1968 ~ 1973년경 서울 (0) | 2019.03.05 |
삼양라면의 숨겨진 사연 (0) | 2019.03.03 |
제주도의 옛풍경 (0) | 2019.03.01 |
거래 불가 추억 (0) | 2019.0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