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105화
참을성이 없으니
가난하게 살지(勿忍貧賤)
안성장 하면 팔도에서도
손꼽히는 큰 장이다.
바로 그 안성장터 부근에
천성이 너무 좋아
천치 취급을 받는 한 농부가
살고 있었다.
.
장날이 되면 백여 리쯤 떨어진
절에 있는 젊은 중이
나귀를 타고 장을 보러
와서는이 농부 집에서 묵는다.
그러나 말로는 묵는다지만,
장거리에서 밥을 사먹고
마굿간에서 자기가 타고
온 당나귀와 같이
잠을 자는 것이다.
농부의 아내가 몇 번이고
집안에서 자라고 권유했으나
중은 도무지
말을 듣지 않았다.
.
"난 마굿간이면 족합니다.
짚더미 속에서
자는 것이 좋아서요.
그리고 사실은 나는
당나귀로 예쁜 여자를
만들어서 심심찮게
재미를 본다오."
.
농부의 아내는 깜짝 놀라서,
"어머나, 그럼 대사님은
여자를 당나귀로
만드실 수도 있으신가요 ?"
"암, 물론 할 수 있고 말고요.
나는 무엇이든지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농부의 아내는
돈버는 수를 생각해 냈다.
.
그리고 남편에게 말했다.
"내가 대사님께 부탁하여
당나귀가 되면 임자가 장에
데리고 가서 좋은
값으로 팔구려.
.
그러면 내가 틈을 보아서
그전대로 사람 모습이 되어
가지고 되돌아 올 테니까."
듣고 보니 그럴듯하여
서방도 입맛이 당겨 마굿간으로
중을 부르러갔다.
.
이윽고 중은 주인집 아내를
홀랑 발가벗긴 다음
네 발로 땅바닥을
기게 하고 목덜미를 만지며
"훌륭한 갈기털이 되어라 !"
다음엔 가슴을 실컷 주무르면서
"아름다운 가슴팍이 되어라."
다음은 다리를 부드럽게
여러 번 위아래로 쓰다듬으며
"힘있는 다리가 되어라."
하였다.
남편은 얼굴이 벌개진 채
중이 하는 모습을 인내를
갖고 보고 있었다.
.
다음은 팔 엉덩이 등을 차례로
그러하였는데,
아내가 갑자기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
"어머나, 대사님!
꼬리를 잊어버리고 계시네요.
꼬리가 없으면 이상하잖아요."
"음, 그렇군. 꼬리를 잊어버렸구나.
좋아, 그럼 이리하여 주지요..."
.
중은 천연덕스럽게 가사 자락을
쳐들더니 바지를 내리고
잔뜩 부푼 물건을
꺼내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그 남편이 깜짝
놀라서 손을 내저었다.
"대사님, 그건 절대로 안되오.
그만 두시오. 아무리 뭣해도....."
아내는 그 말에 화가 잔뜩
나서 남편을 쏘아보며,
"아이구, 이 등신아,
그 따위로 참을성이
없으니까
사시사철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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