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를 생각하며 시를 쓴다
시인/혜원 박영배
너에게 다가가고 싶어도
마땅히 할 말이 없다
내가 지금껏
너를 사랑한다고 말만 못 했지
손짓 발짓
심지어 몸짓까지 했는데
너는 모른 척
"꽃이 유난히 빨갛다"라고
딴소리만 하더구나
그래서 시를 쓰기로 했어
넌 시를 좋아했잖아
"너를 보고 싶다"라고 시를 쓰고
"너를"사랑한다"라고 시를 쓰고
"오직 나만 좋아해달라"라고 시를 쓴다
그래도 안 되면
내 시가 무심한 너의
심장 한 곳을 아프게 눌러
"눈물 나게 해 달라"라고 시를 쓸 거야
아니
"너를 영영 갖게 해 달라"라고
시를 쓸 거야
'詩' Daum Cafe:'한국 네티즌본부' ---- ←
하늘바라기-박찬미作
저작권 있음| Daum Cafe: '한국 네티즌본부'
▷ *… 언제부터인가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 습관이 됐다. 그가 봤던 기억과 감동이 작품의 모티브다. 작품 속 하늘은 노을과 구름, 안개나 연무, 그리고 인공적 빛과 자연적 빛이 투과돼 느껴지는 공간과 그 안에 투영된 이미지까지 모두를 포함한다.
박찬미 작가에게 하늘은 일반적으로 학습했던 색보다 훨씬 낭만적이었다. 그래서 작품의 주제도 '하늘바라기'다. 우두커니 하늘을 바라본다는 뜻. 작품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한지는 전체 분위기를 좌우한다. 한지 위로 투영되는 이미지와 드로잉의 중첩으로 생기는 공간감은 몽환적 분위기를 극대화시킨다. 현실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정확하지만 마음으로 보는 세상의 모습은 매우 정서적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미지 위에 한지를 겹치면 마치 연무가 낀 풍경처럼 색채와 실체는 희미 하고 윤곽만 나타난다. 한지의 색과 결, 이미지가 겹쳐지는 정도와 반복 횟수 등에 따라 공간의 깊이와 원근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7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중동 바나나롱갤러리. (051)741-5106
◇ 3년 만에 국내로 유입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ㆍMERS) 확진자의 밀접접촉자 21명 전원이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다.
◇ 질병관리본부는 쿠웨이트 출장에서 돌아온 후 지난 8일 메르스 확진을 받은 이모(61)씨와 밀접하게 접촉했던 21명이 메르스 2차 검사에서도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21일 밝혔다.
○··· 검사를 받은 밀접접촉자는 항공기 승무원 4명, 탑승객 8명, 삼성서울병원 의료진 4명, 검역관 1명, 입국심사권 1명, 리무진 택시기사 1명, 가족 1명, 휠체어 도움 요원 1명이다. 이들은 앞서 메르스 평균 잠복기(6일)가 흐른 지난 13일 1차 검사에서 전원 '음성'으로 확인된 바 있다. 이들은 이날 결과에 따라 22일 0시부터 격리 해제된다. 일상접촉자 396명에 대한 능동형 감시도 같은 시각에 종료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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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격적인 추석 귀성이 시작된 21일 오후 경기 안성 상공에서 본 들판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다.
○···민족최대 명절인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두고 본격적인 귀성이 시작된 21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신갈IC 인근 경부고속도의 상하행선의 교통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항공촬영 협조 : 서울지방경찰청 항공대 대장 경정 이상열 , 정조종사 경위 김두수, 승무원 경위 곽성화, 경사 박상진).신상순 선임기자
◇ 국토부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 발표 옛 성동구치소 부지에 1300호 등 수도권 공공택지 11곳 3만5천호 확정 26만5천호 지을 13곳 내년 상반기 발표 4~5곳은 330만㎡ 이상 신도시급으로
◇ 정부가 옛 성동구치소 등 신규택지 위치를 공개했다. 정부는 향후 서울 인접지역에 330만㎡ 이상 신도시급 대규모 택지를 조성해 20만호 이상 신규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서울시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대규모 택지 공급 계획은 포함되지 않았다. <△ 사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방안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수도권 공공택지 17곳에서 3만5천호를 공급할 계획을 밝혔다. 논란이 됐던 서울시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택지 공급 계획은 이날 발표에 들어가지 않았다. 앞서 정부는 44곳 신규택지를 개발해 36만2천호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현재까지 14곳 6만2천호의 입지가 공개된 바 있다. 정부는 이날 나머지 30곳 30만호 규모의 신규택지를 발표하겠다고 계획했으나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를 반대하면서 택지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우선적으로 소규모 17곳 택지만 공개한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신규 공공택지는 서울은 옛 성동구치소 자리와 대포동 재건마을, 그리고 비공개 9개 부지 등 11곳, 경기는 광명 하안2·의왕 청계2·성남 신촌·시흥 하중·의정부 우정 등 5곳, 인천은 검암 역세권 등이다. 서울 비공개부지는 사전 절차 이행 후에 서울시가 발표할 방침이다. 주택수로 서울은 11곳에서 1만282호, 경기도는 1만7160호, 인천은 7800호 등 총 3만5천호 규모다. 2021년부터 본격적인 주택공급이 시작된다.나머지 26만5천호는 내년 상반기까지 발표될 예정이다. 정부는 앞으로 남은 택지 13곳 중 4∼5곳은 330만㎡ 이상 대규모 공공택지, 즉 ‘3기 신도시'를 조성해 2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위치는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와 서울시 사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중 1~2곳은 올해 안에 발표된다. 나머지 6만5천호는 도심 내 유휴부지와 군 유휴시설,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등을 적극 활용해 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향후 서울 그린벨트 해제를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정부는 신혼희망타운 공급 속도도 높여 올해 연말까지 택지 확보를 완료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이미 전국 공급목표 10만호 중 80%인 8만호를 마련했고, 특히 수도권은 목표한 7만호 중 6만호의 입지를 확보해 목표의 86%를 달성했다. 올해 12월에는 위례와 평택 고덕에서 신혼희망타운이 처음 분양된다.이와 함께 국토부는 서울 도심에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서울시와 협의를 통해 상업지역 주거용 사용부분의 용적률을 600%까지 끌어올리고 준주거지역은 기존 역세권뿐만 아니라 모든 지역에서 용적률을 500%까지 상향하기로 했다. 자율주택사업과 가로주택사업 등 소규모 정비사업의 용적률 인센티브나 사업 요건도 완화된다.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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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뉴시스】김선웅 기자 = 20일(현지시각) 홍콩 중화주예학원에서 열린 이금기 영셰프 국제 중식 요리대회(Lee kum kee international young chef chinese culinary challenge)에서 한국 중식연맹 회장인 여경래 셰프(그랜드엠버서더 홍보각)가 요리 심사를 하고 있다.
올해로 창업 130주년을 맞는 홍콩의 글로벌 소스 브랜드 '이금기'가 주최한 '이금기 영셰프 국제 중식 요리대회'에서는 홍콩, 마카오, 일본, 한국, 대만을 비롯한 미국, 캐나다 등 총 16개 국가 및 지역의 관련 협회와 협업해 각국에서 실력을 검증 받은 젊은 요리사를 초청, 요리기술을 배우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중식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추진하면서 전 세계의 중식 수준을 향상시키는데 이바지하기 위해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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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국악원은 김희선 국악연구실장이 유네스코 산하 국제전통음악학회(ICTM) 동아시아음악연구학회(MEA) 제7대 회장에 선출됐다고 30일 밝혔다. <△ 사진:> 김희선 국립국악원 국악연구실장이 한국인 최초 ICTM MEA 회장에 선출됐다. 국립국악원 제공
○··· 임기는 2년이다. ICTM은 1947년 유네스코 산하 비정부기구인 국제민속음악학회(IFMC)로 시작해 전 세계 전통음악의 학술연구와 기록, 확산과 지원을 목표로 활동해 왔다. ICTM MEA는 ICTM 산하 22개 연구회 중 2006년 동아시아의 전통음악을 연구하는 학자들을 주축으로 시작된 연구회다. 이 연구회 회장에 한국인이 선출되기는 김 실장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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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쪽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명의로 보낸 송이버섯 2톤이 추석을 앞두고 이산가족들에게 전해졌다는 소식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속속 전해지며 큰 감동을 주고 있다.청와대는 이산가족 미상봉자 가운데 고령자를 우선으로 4000여 명을 선정해 이 송이들을 500g씩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진: 김기창 씨 제공
○···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사는 실향민 김지성(95) 할머니에게는 21일 오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보낸 북한산 송이버섯 선물상자가 도착했다. 황해도 개성시 자남동이 고향인 김 할머니는 분단 이전에 결혼을 해 남편과 함께 서울로 이사를 오고 전쟁이 나는 바람에 고향의 부모님, 동생들과 생이별을 하게 됐다.
◇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에도 북한의 송이가 전해진 것이다. 길원옥 할머니의 고향은 북한 평양이다. 열세살 때 고향을 떠난 할머니는 지금껏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실향민이자 이산가족이다.가지런히 송이버섯이 담긴 상자와 함께 도착한 카드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의 카드도 들어 있다. △ 사진: 정의기억연대 페이스북 갈무리
○··· 김 할머니의 큰아들 김기창(69)씨는 “오전 11시 반쯤 우체국 택배로 청와대에서 대통령 내외의 편지와 함께 보낸 선물을 받고 어머니께 말씀을 드렸더니 한참 동안 눈물만 흘리며 감격하셨다”며 “아직 북의 가족들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어머니께 큰 추석 선물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김 할머니의 사위 남경우 씨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장모님의 사진과 함께 짧은 소회를 올렸다.대통령의 위로처럼 그날이 속히 오기를, 올해 추석 보름달에 빌 소원의 맨 첫머리에 한반도의 평화를 올려본다.
◇ 문재인 대통령이 23~27일 미국 뉴욕을 방문, 유엔 총회에 참석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북미 2차 정상회담 성사 및 6ㆍ25전쟁 종전(終戰)선언을 이끌어내기 위한 여정이다. 정상회담 계기에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개정협정문 서명식도 가질 예정이다. <△ 사진:> 양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지난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가 삼지연공항에서 문재인 대통령 내외를 환송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21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23일부터 27일까지 3박 5일 일정으로 미국 뉴욕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이번 유엔 총회 참석은 지난해에 이어 취임 후 두 번째다. 문 대통령은 이 기간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칠레, 스페인 지도자와 양자회담, 유엔 사무총장 면담 등을 소화한다. 미국의 국제문제 전문가와 여론 주도층을 대상으로 정책 연설 일정도 소화한다.문 대통령은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를 설명하고,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정착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한다. 남 차장은 “우리의 노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과 이해를 높임으로써 지지기반을 폭넓게 확대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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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건은 24일 열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다섯 번째 정상회담이다. 남 차장은 이에 대해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를 상세히 공유하고 평가하는 한편,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며 “남북 및 북미 관계의 선순환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실천적인 협력방안들을 심도 있게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문 대통령은 20일 평양에서 돌아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대국민 보고에서 “김 위원장과 대부분의 시간을 비핵화 논의에 사용했다”며 “논의 내용 가운데 합의문에 담지 않은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게 되면 상세하게 전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비핵화 메시지를 전달하고 이에 대한 상응조치를 촉구하며 또 한번 북미대화의 ‘촉진자’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2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 및 연내 종전선언 타결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도 대국민 보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종전선언을 논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는 일단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전 종전선언을 추진하되, 시간이 촉박할 경우 연말까지는 타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워싱턴 남ㆍ북ㆍ미 정상회담 추진도 검토하고 있다.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에 공식 서명한다. 정부가 이달 3일 공개한 한미FTA 개정협상 결과문을 보면 미국은 한국산 픽업트럭 관세를 20년 더 유지하고, 우리는 FTA 독소조항인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ISDS) 남용을 제한키로 했다. 한미가 각자 원하는 것을 원포인트로 얻어냈다는 평가다.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보좌진이 정부의 비공개 예산정보를 무단 열람한 뒤 유출했다는 의혹 관련해 검찰이 강제 수사에 나섰다.
◇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 이진수)는 21일 서울 영동포구 여의도동 심 의원 국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심 의원 보좌진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 사진:>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한겨레> 자료
○··· 지난 17일 기획재정부는 심 의원 보좌진이 한국재정정보원이 운영하는 디지털 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에서 예산정보 수십만 건을 내려받는 등 불법 유출했다며 정보통신망법 및 전자정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자료에는 대통령비서실, 국무총리실, 기재부, 대법원 등 30여개 정부기관 자료 및 특수활동비 세부내역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심 의원 쪽은 “국정 감사 준비를 위해 정상적인 방법으로 정보를 내려받았다”며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등을 무고 등 혐의로 고발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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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류희인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21일 추석연휴 대비 "안전관리 상황점검회의"를 개최 하여 추석연휴기간 사람들이 많이 몰릴 수 있는 여가 및 모임장소( 기차역,버스터미널,사우나,낚시배,쇼핑몰)에서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각 시·도에 안전관리 및 비상대비 태세를 유지 하도록 당부 하였다. (사진=행안부 제공)
◇ 신한용 개성공단기협 회장 밝혀 “북, 폐쇄 뒤에도 시설 철저 관리 현금 아닌 생필품 지급 등 대안을”
◇ 지난 18~20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경제협력과 관련해, 북한 쪽은 “기존에 해오던 것부터 먼저 하자”며 “특히 개성공단의 경우, (임금 지급 없이) 무상으로라도 빨리 재가동하길 바란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남북 정상의 평양공동선언 이후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이전에 해오다가 중단된 경협 사업 재개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 사진:> 그래픽_김지야, 사진 <한겨레> 자료.
○··· 다만 이번에 특별수행단으로 평양에 다녀온 4대 그룹 총수들은 귀환 이튿날에도 별다른 메시지를 내놓지 않은 채 그룹별로 장고에 들어간 표정이다.평양 남북 정상회담의 특별수행단으로 참가하고 돌아온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21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적어도 남북 정상 간에는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 사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일치했다”며 이번 방북 기간에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열망을 북쪽 관계자들로부터도 여러 차례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북 제재와 관련해 “북쪽에서는 (노동의 대가 지급 없이) 무상으로라도 재가동을 빨리 하자는 의견도 내고 있다. 임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더라도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든가 아니면 생활용품 지급으로 대체하는 등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개성공단은 2003년 6월 착공 당시에도 유엔 제재 대상이었으나 우리 정부가 유엔과의 협상에서 ‘민족교류사업’으로 예외 인정을 받은 바 있다.신 회장은 “개성공단 폐쇄(2016년 2월10일) 뒤에도 북쪽은 시설 유지 관리를 철저히 하며 나름대로 정상화 준비를 잘해온 것으로 이번에 파악했다”고 말했다.
○··· 평양 방문 첫날 경제인 특별수행단과 만난 리룡남 북한 내각 부총리는 “해오던 것, 쉬운 것부터 먼저 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지칭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단된 지 10년째를 맞은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소 상설 면회소의 전면 가동을 위해 북쪽의 몰수 조처 해제를 요청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동의했다”고 20일 대국민 보고에서 밝혔다. 금강산 관광 정상화를 위한 남북 간 정치적 갈등은 거의 해소된 셈으로, 이제 유엔의 대북 조처 해제 여부만 관건으로 남은 상태다.
2010년 북한은 금강산 관광지구 내 이산가족면회소, 소방서, 문화회관, 온천장 등 남한 정부 자산을 몰수하고 현대아산 등 민간의 각종 관광시설을 동결했다. 이번에 남북 두 정상이 해제를 구두 합의한 대상은 과거 정부가 관리했던 이산가족면회소다. 이 면회소를 ‘상설 면회소’로 사용하기 위한 목적에서 몰수 조처 해제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이처럼 ‘상호 필요’에 따라 과거 취했던 몰수 조처를 해제하기로 한 만큼, 향후 북한이 동결해놓은 금강산 관광 관련 시설들도 차례로 해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물론 유엔의 대북 제재가 해제되어야 그동안 미사용 상태로 방치돼 녹슬거나 고장난 각종 시설에 대한 개·보수 작업을 진행할 수 있고, 민간 사업자인 현대아산도 관광 사업을 재개할 수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향후 북한이 이산가족면회소뿐 아니라 관광시설 동결 해제 조처도 해줘야 사업자로 해당 시설을 출입하면서 사업 재개를 위한 구상을 실행할 수 있게 된다”며 “다만 이번 평양공동선언에 적힌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의 그 조건이 실제로 갖춰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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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날 저녁 만찬장에서 공연한 최현우 마술사는 “정부로부터 (공연에) 통일의 메시지를 담아달라고 요청받아서 두 정상의 교감요술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 사진: 평양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한 가수 지코(왼쪽부터), 알리, 마술사 최현우, 가수 에일리가 18일 오후 평양 옥류아동병원을 방문해 대화하고 있다. 2018.9.18.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김 위원장이 뽑은 카드를 문 대통령이 맞히고, 문 대통령이 뽑은 카드를 김 위원장이 맞히는 식으로 진행하고 마지막에 전체 카드가 한반도기로 변하며 화합으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선보였는데 두 정상이 카드에 표시된 독도 부분을 똑같이 지목해 이야기해 깜짝 놀랐다”고 했다. 최현우 마술사는 “백두산 천지 앞에 서니 진짜 통일이 되려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면서 “남쪽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고 신기해하는 평양 주민들의 반응이 인상적이었고, 김정은 위원장도 수행단을 부드럽게 잘 대해줬다”고 말했다.
△ 사진: 10년 만에 평양을 다시 찾은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 10년 만에 평양을 다시 찾은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은 “휴대폰을 보며 걷는 사람도 있고 평양 거리가 전보다 활기찬 느낌이었다”며 “백두산 가는 길도 낡았다는 느낌을 주는 시설물이 거의 없었고 삼지연공항 진입로 역시 깨끗하게 정비돼 있었다”고 변화된 북한의 모습을 전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전에 북한 사람들을 만났을 때보다 이번에 훨씬 더 적극적으로 남북 협력에 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2032년 올림픽 공동유치 등을 합의해 좋은 성과가 있었고 앞으로도 남북 평화협력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노형석 최재봉 김경무 김미영 이찬영 기자 bong@hani.co.kr
◇ 남북 정상의 ‘평양공동선언’ 발표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중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평양공동선언을 적극 환영하면서 중국 역할론을 강조했지만 실제 향후 비핵화 논의 과정에선 입지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과의 ‘무역전쟁’ 악화로 대놓고 북한의 뒷배를 자처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사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망
○···중국은 올해 세 차례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면서 사실상 북한을 지렛대로 한반도 비핵화 논의에서 영향력을 넓히려 시도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간 비핵화 협상 교착의 책임을 공개적으로 중국에 돌린데다 초강력 관세폭탄까지 꺼내 들면서 입장이 난처해졌다. ‘북한 카드’를 무역전쟁에서도 활용하려던 중국의 계산은 이미 틀어졌고, 이제는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도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을 우려해야 할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무엇보다 평양공동선언을 전후해 중국의 역할이 마땅치 않아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지난 19일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핵 사찰을 수용했다”며 반겼다.
◇ “미중 무역전쟁 악화로 한반도 비핵 악영향” △ 사진: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평양공동선언에는 중국이 주장해온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 군사적 긴장 완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북미 간 중재자 역할을 한국이 대신함으로써 중국의 역할은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게다가 미국은 중국을 향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끼어들지 말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이 시작된 지난 1일 미국이 중국산 제품 2,000억달러(약 224조2,000억원)어치에 10%의 추가관세를 부과한 게 단적인 예다. 미국이 무역 문제와 북핵 협상의 중국 배후론을 연계해왔음을 감안할 때 사실상의 경고 메시지인 셈이다. 같은 날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해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제재 위반을 압박한 것도 마찬가지다.이런 가운데 중국 입장에선 북중 밀착을 과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미국과의 관계가 틀어져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상징성이 가장 큰 시 주석의 방북을 강행하는 데에는 엄청난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미국이 대북제재 강화를 연일 주장하는 마당에 북중 경제협력 확대를 추진하는 데에도 현실적인 제약이 뚜렷하다. 최근 시 주석이 남ㆍ북ㆍ미 3국을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라고 언급한 건 이 같은 고민의 반영이란 분석이 나온다.선옥경 허난(河南)사범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중국은 당초 한반도 영향력 유지를 위해 종전 선언에 참여하고자 했지만 미국이 반대하자 한 발짝 물러선 상황”이라며 “중국으로선 한국이 비핵화 협상의 중재자로 나서고 미국 견제도 심화하는 상황에서 북한을 지렛대로 삼기 어려운 만큼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보며 전략을 가다듬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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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은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발표한 평양공동선언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의 중요한 진전이자 사실상의 종전선언이라고 적극 평가하며 환영했다. 또 미국을 향해 남북 양측의 노력에 호응할 것을 촉구하며 중국 역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 사진: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신문망
○··· 중국 정부는 이날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의 정례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상호관계 개선 및 발전, 군사적 긴장 완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담판 프로세스 추진에 새롭고 중요한 공동인식에 도달했다”면서 “이를 환영하고 양측의 적극적인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겅 대변인은 이어 “중국은 한반도의 가까운 이웃으로서 남북 양측이 대화ㆍ협상을 통해 관계 개선과 화해ㆍ협력을 추진하는 것을 일관되게 지지한다”면서 “중국도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과 지역의 영구적 평화 실현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중국 언론들도 일제히 평양공동선언 내용을 속보로 전하며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남북 정상이 평양공동선언 합의서와 한반도 긴장 정세를 완화하는 군사협의에 서명했다”면서 “올해 남북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해왔고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신화통신은 별도의 논평에서 “미국은 한반도 문제의 중요한 당사자이고 북핵 문제의 근원은 북미 간 갈등”이라며 “한반도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이제는 미국이 남북의 노력에 적극 호응해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관영 환구시보도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냈다”면서 “연내에 김 위원장 서울 답방이 이뤄지면 그 자리에서 종전선언이 이뤄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고 전했다. 환구시보는 또 군사분야 합의에 대해 “한반도의 영구 평화체제를 정착시키기 위한 첫 단계인 종전선언에 준하는 의미있는 합의”라고 평가했다. 남북 정상의 공동 기자회견을 평양 현지에서 생방송으로 전한 관영 CCTV는 평양공동선언 내용을 매 시간 주요뉴스로 다뤘다.한반도 문제 전문가들도 평양공동선언을 높이 평가했다. (...)
◇ “미국은 한미 군사훈련 중단한 게 전부다. 그러면서 북한에 요구만 한다.” 탕량(唐亮) 중국 외교부 아주국 부과장(과장급)은 18일 “훈련이야 언제든 재개할 수 있는 것”이라며 “반면 북한은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폭파했고, 미군 유해를 돌려줬고, 동창리 발사장도 해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 사진: 탕량 중국 외교부 아주국 부과장이 18일 베이징 외교부 청사에서 한반도 이슈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 그는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으로 가려면 미국이 먼저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그래야 북한이 안심하고 비핵화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이날 베이징 외교부 청사에서 만난 탕 부과장은 2005~2006년 청진에 이어 2007년부터 5년간 광주 총영사관에서 근무했다. 남북을 잇따라 오가며 요동치는 한반도 정세를 현장에서 지켜본 드문 이력의 소유자다. 지난 7월 쿵쉬안유(孔鉉佑) 외교부 부부장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방북할 당시 동행하며 최근 북한의 변화를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마침 사무실에서 TV화면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도착 장면을 막 보고 왔다는 그는 “비핵화는 단번에 되는 게 아니라 한발씩 서로 내딛는 과정”이라며 “북한과 미국을 뒤에서 밀어줄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 자체 만으로도 이번 회담은 성공적”이라고 전망했다.
△ 사진: 탕량 중국 외교부 아주국 부과장이 18일 베이징 외교부 청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광수기자
○··· 인터뷰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마련한 한중 언론 교류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됐다.탕 부과장은 ‘중국이 대북제재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에 대해 “우리가 북한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다는 근거가 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중국과 북한은 원래 우호관계를 유지하는 이웃이고, 유엔 제재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교류하고 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와 관련,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세력에 맞서 자신의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중국을 걸고 넘어지려는 술책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방북은 비핵화의 중요한 전기가 될 빅 이벤트다.
당초 북한 정권수립일(9ㆍ9절)에 맞춰 성사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북미 간 비핵화 논의가 뚜렷한 진전 없이 겉도는 상황에서 끝내 무산되자 ‘미국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많았다. 이에 대해 탕 부과장은 “북중 간 고위급 왕래는 양국 관계를 우선 고려하지 남의 눈치를 보거나 하지는 않는다”며 “미국이 원한다고 해서 문 대통령이 평양에 간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의 스케줄은 상상이상으로 꽉 차있어 당장은 북한에 가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여러 조건을 판단해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베이징=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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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즈부르크=AP/뉴시스】 테리사 메이 총리가 19일 EU 비공식 정상회의가 열리는 오스트리아 잘즈부르크 궁에 도착해 카팻 위로 입장하고 있다. 이날 자정 넘어 계속된 만찬 회동에서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후 영국의 EU 상품부문 단일시장 접근권 유지에 대한 회원국들의 융통성을 호소했으나 설득시키지 못했다. 이 접근권을 대가로 영국은 북아일랜드의 국경 및 영토 통합성에서 커다란 양보를 요구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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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츠부르크=AP/뉴시스】 유럽연합의 비공식 정상회의가 열린 오스트리아 궁에서 28개국 전 회원국 정상들이 회의 이틀째로 마지막인 20일 낮 단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브렉시트와 이주자 대처가 주요 의제였으며 전날 만찬에서 회원국들에게 보다 유연한 자세를 호소했던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뒤 빨간옷)는 오후 마지막 회의에서는 빠진다.
◇ [조용한 영토분쟁] <11>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무인도 분쟁/중국과 일본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처럼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가 주인을 가리기 위해 싸우는 지역이 있다. 바로 ‘페드라브랑카’ 영토 분쟁이다.
◇ 페드라브랑카(Pedra Branca)는 남중국해와 싱가포르해협 인근 무인도로 싱가포르에서는 동쪽 46㎞, 말레이시아 조호르주에서는 남쪽으로 14.3㎞ 떨어져 있다. 싱가포르는 이 섬을 ‘흰 바위’라는 뜻의 포르투갈어 ‘페드라브랑카’로 지칭하지만, 말레이시아에서는 ‘풀라우 바투 푸테’라 부른다. 축구장 정도 크기에 불과한 이 작은 섬은 선박 통항로에 위치하기 때문에 양국의 소유권 경쟁이 치열하다. △ 사진: 페드라브랑카의 등대. 로이터 연합뉴스
○···실질적으로 싱가포르가 관할하고 있던 페드라브랑카는 1979년 말레이시아가 자국 영해에 ‘풀라우 바투 푸테’를 그린 지도를 출판하면서 논란이 됐다. 말레이시아는 1512년부터 이곳이 조호르 술탄국(말레이의 전신)의 고유 영토였음을 강조했다. 역사적으로 페드라브랑카 인근 지역을 조호르 군주들이 다스렸다는 문서들도 상당수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무주지(無主地)였던 섬을 발견한 것이며, 국제적으로 보호받는 영유권은 1847년에서 1851년 사이 영국 식민 정부가 등대를 세우면서 확립됐다고 주장한다. 이 지역은 바위가 많아 좌초 사고가 자주 발생했는데, 영국 동인도 회사가 안전 통항을 목적으로 페드라브랑카에 등대를 세워 관리했고 영국으로부터 독립 이후엔 자연스레 싱가포르가 승계권을 가졌다는 논리다.
◇
○··· 사진=한국해양수산개발원 치열한 공방은 28년 동안 이어졌다. 결국 두 나라는 2003년에 유엔국제사법재판소(ICJ)에 판결을 맡기기로 결정, 5년 뒤 섬의 영유권은 싱가포르에 있다는 공식적인 판결이 내려졌다. 당시 판결의 결정적 이유는 말레이시아의 ‘무관심’이었다. ICJ는 1844년까지 말레이시아의 영토였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이후 싱가포르의 실효적 지배에 반박하지 않은 점, 싱가포르가 해난·조난 사고 등을 조사하며 주권 행사를 하는 동안 말레이시아 쪽에서 어떠한 문제제기도 없었다는 데 방점을 두었다.
하지만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는 말레이시아는 식민 통치 시절 영국에서 중대한 문건이 발견됐다며 작년에 재심을 신청했다. 그러나 올해 말레이시아 총선에서 재집권한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는(93) 지난 5월 ICJ 재심 요청을 ‘재고’해 보겠다고 밝혔다. 새 정부는 막대한 국가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말레이∼싱가포르 고속철도(HSR) 사업을 취소했는데, 앞으로 싱가포르에 지급할 피해 보상금에 대한 부담이 상당하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HSR 사업 중단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ICJ 재심 요청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1998년 김대중 정부가 체결한 한일 어업협정과 관련, 외환위기 때문에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못해 독도를 분쟁지역에 넣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비난이 나오는 것과 유사한 셈이다. 전근휘 인턴기자 인현우 기자
◇ 아프리카 빅토리아호의 탄자니아 여객선 전복사고 현장에서 자원봉사자들이 구조 활동을 돕고 있다. BBC방송 홈페이지 캡처20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최대의 담수호 빅토리아호에서 탄자니아 여객선이 전복돼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외신에 따르면 현재까지 최소 44명이 숨진 사실이 확인됐으나, 실종자들까지 감안하면 200여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사고는 빅토리아 호수 내 우카라와 부고로라 섬 사이를 운행하는 여객선이 우카라섬 선착장 도착을 앞두고 갑작스레 뒤집히면서 일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선박인 ‘MV니에레르’(MV Nyerere)에 탑승한 승객의 정확한 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400명~500명의 승객을 태웠을 것으로 추정된다.탄자니아 북서부 므완자(Mwanza)주의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약 100명의 승객이 구조됐으며, 그 중 32명은 중태에 빠졌다”며 “탑승권 발급 담당자도 숨졌기 때문에 최종 사망자 수는 아직 확인할 수 없다.
지금 당장은 구조에 집중할 뿐”이라고 말했다. 현지 경찰 및 소방당국은 사고 후 생존자 수색작업에 나섰으나, 날이 어두워지자 일단 작업을 중단했다. 현지 경찰청장은 21일 새벽부터 다시 수색 및 구조작업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수색 작업이 다시 본격화하면, 추가로 확인되는 사망자 수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한편, 여객선 운영 회사인 테메사 측은 해당 여객선이 최근 몇 달 전 유지보수 작업을 진행했으며 엔진 검사도 통과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탄자니아 운항사 소속 선박들은 노후화된 데다 정비도 제대로 받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객선이 전복될 때 상당한 양의 화물이 운반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과적으로 인한 침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탄자니아와 케냐, 우간다 3국으로 둘러싸인 빅토리아호에서는 이전에도 선박 사고가 빈발했었다. 1996년 화물이 실린 여객선 ‘MV 부코바’(MV Bukoba)가 빅토리아 호수에 침몰하면서 8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바 있고, 6년 전 탄자니아 섬에서도 과적으로 인한 여객선 침몰로 144명이 사망했다.구조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현지인들과 가족들이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이다. 지역 행정관 아담 말리마는 외신 기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우리는 희망적인 소식이 들릴 수 있도록 신에게 기도합니다. 사망자 수가 높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전근휘 인턴기자
◇ 소라넷 사이트 운영 공범 중 한 명 외교부 여권 반납 명령으로 귀국 지난 7월 기소돼 재판 넘겨져
◇ <△ 사진:> 지난해 5월2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 출입구 위쪽에 법원의 상징인 '정의의 여신상'이 보인다. 김정효 기자
○··· (...) 왜소한 체격의 40대 여성/ 박 판사의 말에 “네”라고 짧게 답했다. 에메랄드빛 수의를 입은 그는 목까지 내려오는 단발머리를 반만 묶은 상태였다. (...)송씨는 2003년 11월부터 2016년 4월1일까지 불법 음란물사이트 소라넷을 운영하면서 소라넷 회원들이 아동·청소년 이용음란물을 공공연하게 전시하도록 방조한 혐의(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는다. 또한 회원들이 아동·청소년 이용음란물을 게시했음에도 즉시 삭제하거나 차단하는 기술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여성 성기 등이 포함된 음란물 등을 공공연하게 전시하도록 방조한 혐의 등도 받는다.
◇ 소라넷은 리벤지포르노(옛 연인과의 성관계 동영상)와 성폭행 영상 디지털 성폭력 영상·사진 등을 공유하는 국내 최대 음란물 사이트(회원수 100만명 추정)로, 서버를 국외에 두고 운영진을 은폐하면서 17년간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왔다. 경찰은 2015년 3월 수사에 착수했고 이듬해 4월 핵심 서버가 폐쇄됐다.
○··· 경찰 수사로 소라넷은 송씨와 그 남편 윤아무개씨, 홍아무개씨, 박아무개씨 등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송씨는 그중 한 명으로, 지난 4월 행정소송에 패소하면서 귀국하게 됐다. 검찰은 지난해 6월 ‘해외로 도주해 소재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기소 중지 결정을 내렸다.경찰은 한국 국적을 가진 송씨에게 여권법에 따라 여권 발급을 제한하고 여권 반납을 명령해줄 것을 외교부에 요청했고 외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관련법에 따르면,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저지르고 국외로 도피해 기소 중지된 사람에 대해서는 여권 발급을 제한할 수 있다.
◇ 송씨는 변호인을 통해 “소라넷을 운영한 적이 없다. 소라넷을 운영한 사실이 있더라도 소라넷은 불법 게시물을 걸러내는 필터링 조치를 취했다”며 청소년성보호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신은 불면증 등 여러 질환으로 병원 진료를 받고 있고 아들 또한 중·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어 ‘귀국하게 되면 가정의 존립이 어렵다’고도 했다. 당시 심리를 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박형순)은 송씨의 모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송씨는 자진 귀국해 구속됐고 검찰은 송씨를 재판에 넘겼다. 남편 윤씨를 비롯한 나머지 공범들은 여전히 해외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송씨에 대한 세 번째 재판은 10월19일 오후에 열린다. 소라넷 사이트 운영과 관련된 증인들을 불러 신문할 예정이다.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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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 사건을 저지른 이후 자수를 했더라도 반드시 이를 참작해 형을 줄여줘야 하는 것은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주모(25)씨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20년 부착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재판부는 “자수는 임의적 감경사유에 불과해 자수를 했다고 해도 이를 양형에 반드시 참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자수를 했는데도 원심이 감경하지 않아 자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주씨는 2017년 4월 전남 순천시 한 술집에서 처음 만난 피해여성 A씨가 술에 취하자 인근 모텔로 데려간 뒤,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며 무차별 폭행해 살해하고 A씨가 차고 있던 귀금속 403만원어치를 빼내 훔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주씨는 재판에서 A씨를 살해할 고의가 없었고, 112에 직접 범행을 신고해 자수했으니 형이 감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주씨가 경찰에서부터 피해자를 때린 사실만 인정하며 살인 고의는 부인해 살인죄에 대해 신고해 자수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형법상 자수요건이 충족됐다고 볼 수 없다”고 징역 22년을 선고하고 전자발찌 20년 부착을 명령했다. 2심은 “살인 고의를 부인해 자신이 행한 행위에 대한 법적 평가를 기소된 내용과 달리 주장한 것에 불과해 주씨가 살인죄에 대해 자수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1심이 자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지적했다.다만 “자수는 법관 자유재량으로 형을 감면할 수 있는 사유에 지나지 않는다”며 “범행 내용과 자수 경위, 자수 이후 정황 등에 비춰 자수 감경까지 할 필요성은 없다”고 1심이 선고한 형은 유지했다.대법원은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 [역사 속 오늘] 오늘로부터 24년 전인 1994년 9월 21일 엽기적 살인 행각 벌인 7인조 ‘지존파’ 검거/“인육을 먹은 게 사실이다 . 나는 인간도 아니다 .” “어머니도 내 손으로 못 죽인 것이 한이 된다 .”
◇ 살인 증거를 없애기 위해 주검을 토막 내 불태우는 등 잔혹한 범행을 서슴없이 저지른 '지존파' 일당이 경찰에 붙잡힌 뒤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얼굴에 웃음을 짓는 등 태연한 모습으로 서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그때도 추석 연휴였습니다. 갑자기 날아든 범죄 소식은 온 나라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연휴 첫날 알려진 ‘그들’의 존재는 추석 연휴 마지막 날 그 실체를 드러냈습니다.
◇ 오늘로부터 24년 전인 1994년 9월21일, 엽기적인 살인 행각을 벌인 7인조 ‘지존파’가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이들은 취재진의 카메라 앞에서 시종일관 당당함을 보였습니다. <△ 사진:> <한겨레> 1994년 9월22일 치.
○··· 심지어 미소를 띠며 반사회적, 반인륜적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 모습에서는 섬뜩함마저 느껴졌습니다.모두 20대로 이뤄진 이들은 1993년 7월 도박판에서 두목 김기환을 만나 ‘지존파’라는 범죄 조직을 결성했습니다. 그리고는 부유층에 대한 맹목적인 증오심을 내세우며 무고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끔찍하게 살해했습니다.
◇ 지존파의 범행은 우발적으로 저질러진 게 아니었습니다. 치밀하게 준비된 반인간적 계획범죄였습니다. 범행 수법과 내용을 보면, 당시 한국 폭력조직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선진적인 범죄능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지존파 사건이 당시 한국 사회에 던진 충격은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 사진: 지존파의 일당인 이주현의 월세방에서 발견된 모의 기관총과 권총. <한겨레>자료 사진.
○··· 지존파 범행, 어떻게 알려졌나/ 지존파의 연쇄살인을 멈출 수 있었던 건 한 시민의 용기 있는 행동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지존파가 경찰에 체포되기 2주 전인 9월8일, 20대 여성 이아무개씨는 자신의 남자친구 이아무개씨와 함께 지존파에 납치됐습니다. 경기도의 한 국도에서 드라이브하던 중 지존파 일당이 이들의 차를 가로막고 가스총을 쏴 실신하게 한 뒤 ‘아지트’로 옮긴 것입니다.
◇ 지존파 일당은 납치한 이씨를 집단 성폭행하고, 이씨 일행에게서 돈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자 이씨의 남자친구를 살해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씨를 강제로 살해 범죄에 가담하게 해 공범으로 활용했습니다. 지존파는 그로부터 엿새 뒤 소아무개씨를 살해하면서 다시 이씨를 살인의 도구로 삼았습니다.<△ 사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시종일관 당당한 태도를 보여 더욱 사람들을 놀라게 한 '지존파'의 범인들. 반사회적 성격장애인의 죄책감 부재라는 특징을 잘 드러내 주었다. <한겨레> 자료 사진.
○···그런데 이씨가 지존파에 끌려간 지 8일 만인 9월15일 극적인 탈출 기회가 왔습니다. 지존파 일당 중 김현양이 무기를 만지다 상처를 입자 이씨는 “내가 간호를 하겠다”며 김씨와 함께 읍내의 한 병원으로 따라나섰습니다. 이씨는 지존파 일행의 감시가 허술해진 틈을 타 병원을 나와 인근 마을로 내달렸습니다. 이곳에서 한 과수원 주인의 보호를 받은 이씨는 택시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생지옥을 넘나든 이씨의 악몽 같은 8일이 끝나는 순간이었습니다.
◆ 비밀 아지트에 지어진 ‘살인공장’
◇ 이씨의 신고로 드러난 지존파의 범행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잔혹했습니다. 지존파는 무고한 시민을 납치해 살해한 뒤 주검을 토막 내 불로 태웠습니다. 이를 위해 비밀 아지트를 지어 지하에 감금용 철장과 사체 소각용 화덕을 설치한 뒤 공기총과 다이너마이트, 가스총 등의 범행 도구도 갖추었습니다.
◇ 경찰 조사 결과 지존파는 범행을 위해 혹독한 준비 과정을 거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들은 조직의 단결을 위해 산에서 1주일 간 물과 풀뿌리만 먹는 ‘지옥훈련’을 버텼습니다. 아울러 공기총에는 항상 실탄을 장전해 가지고 다니며 수시로 사격 연습도 했습니다. 심지어 지존파는 기관총과 사체 운반용 특장차 구입, 범행 연습을 위한 중국 전지훈련도 계획했던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사진:> 연쇄 납치 및 살인을 저지른 지존파 일당들과 이들에게서 압수한 가스총, 다이너마이트 등 불법 무기들. <한겨레> 자료 .
○··· 지존파는 본격적인 범행에 앞서 담력을 키우기 위한 목적으로 젊은 여성을 납치, 성폭행한 뒤 살해했습니다. 부인이 보는 앞에서 남편을 총으로 쏴 죽이는 만행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특히 “배반한 자는 무조건 죽인다” 등의 원칙을 세우고 조직을 이탈한 동료는 죽음으로 응징하기도 했습니다.지존파 일당은 모두 가난한 농촌에서 자라나 중·고등학교를 중퇴한 뒤 대부분 막노동일로 생계를 이어나갔습니다.
당시 이들을 수사한 관계자는 이들이 “한 달에 몇백만 원씩 쓰는 부유층을 보면 분노가 치밀어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고 말했다며 “빈농 출신의 성장 배경이 심한 소외감과 부유층에 대한 증오심을 키운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가진 자의 것을 빼앗고, 그들을 죽인다”는 지존파의 행동 강령도 부유층에 대한 이들의 증오감이 드러나 있었습니다. 지존파가 검거되기 전까지 최소 5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이들에 의해 희생되었습니다.
◆ 부유층에 보인 강한 적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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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지존파 사건은 범인들의 잔인한 범행에 대한 충격과 함께 향락에 빠진 일부 부유층의 반성을 촉구하는 여론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범인들이 살인 실습을 한다며 행인을 살해한 뒤 주검을 암매장한 대전시 유성구 상세동 야산 기슭에서 현장검증이 벌어지고 있다. <한겨레> 자료.
○··· 지존파의 첫 범행은 1994년 7월 일어났습니다. 앞서 말했듯 이들은 살인 연습을 한다며 20대 여성을 납치, 성폭행한 뒤 목을 졸라 살해해 인근 야산에 암매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범행 뒤 양심의 가책에 시달린 동료 송아무개가 공동 예금통장에서 300만 원을 인출해 도주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지존파 일당은 송씨를 추적해 붙잡은 뒤 단검과 곡괭이 등으로 잔인하게 살해하고 주검은 근처 산에 암매장했습니다.
△ 사진: 전북 장수군 번암면 교동리 국도면 수분재 계곡에서 실시한 연쇄 납치살인 사건 현장검증에서 범인들이 세 번째 희생자 이아무개씨를 그랜저 승용차에 태워 낭떠러지로 미는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이후 지존파는 잔인한 연쇄살인 행각을 본격화했습니다. 9월8일에는 경찰에 이들을 신고한 장본인인 이아무개씨와 그의 남자친구를 납치했습니다. 지존파 일당은 이아무개씨의 남자친구에게 소주를 강제로 먹인 뒤 목 졸라 살해했습니다. 그 뒤 이들이 원래 타고 있던 승용차에 사체를 실어 계곡 아래로 떨어뜨려 교통사고로 위장했습니다.
◇ 이어 9월13일에는 공동묘지에서 벌초하고 있던 소아무개씨 부부를 납치했습니다. 지존파 일당은 소아무개씨의 몸값 8000만 원을 받아낸 뒤 소씨는 공기총으로 쏘아 살해하고, 소부인 박아무개씨는 도끼로 내리쳐 살해, 사체는 이들의 ‘살인공장’ 지하 소각장에서 불로 태웠습니다.
◇ 지존파 사건은 국민들을 큰 충격과 불안에 휩싸이게 만들었습니다. 그들의 잔인한 범행 수법은 물론이거니와 경찰 수사 과정에서 사회 곳곳의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사진:> 지존파 일당이 두목 김기환의 집 지하에 설치한 사체 소각로. <한겨레> 자료.
○···지존파는 범행 대상자를 물색하기 위해 서울 강남의 유명 백화점 고액 거래 고객과 고액 카드 사용자 명단을 확보했습니다. 고객 명단 유출은 내부의 도움 없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느슨한 관리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지존파 일당이 확보한 고객 명단은 고객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뿐만 아니라 거래 액수까지 상세하게 포함된 것이었습니다. 지존파는 특히 “하루 600만~700만 원어치의 물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을 우선적인 범행 대상으로 지목했다”고 진술하기도 했습니다.
◇ 경찰은 사건이 터지자 뒤늦게 고객 명단의 유출 경위와 명단에 이름이 적힌 사람들의 피해 여부 확인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각종 정보의 불법 유출이 범죄에 악용돼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 사진:> '지존파'의 연쇄살인납치사건을 수사한 서울 서초경찰서 형사과장이 취재진에게 범인들이 백화점 우수고객 명단을 손에 넣게 된 경위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 <한겨레> 자료.
○···고객 정보 유출은 법으로 엄격히 규제되어 있었지만 그때까지 처벌받은 일은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법 규정만으로는 유출 행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얘기입니다.
경찰의 대처능력 또한 흉악범죄에 대한 공포감을 더욱 키웠습니다. 지존파 일당은 근거지에 ‘살인공장’까지 갖춰 놓고, 1년 3개월여 동안 전국을 누비며 4차례의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지존파 피해자 이아무개씨가 탈출해 제보해올 때까지 이들의 존재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 미흡한 경찰 수사
◇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경찰은 소씨 부부 납치 사건 직후 사건의 방향을 잘못 잡아 초동수사를 게을리 한데다 공조 수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 사진: 연쇄 납치 살인조직 '지존파' 일당의 아지트에서 열린 현장검증에서 범인 김현양이 도끼로 피해자 대역인 마네킹을 내리치는 장면을 재연하는 모습. <한겨레> 자료진.
○··· 경찰은 첫 제보 당시 납치 사실보다는 신고 내용의 진위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처음 제보를 해온 사람은 소씨 회사의 영업부장 신아무개씨였습니다. 신씨는 사건 발생 직후 “광주에서 소사장을 만나 현금 8000만 원을 건네줬으며, 소사장이 납치된 것 같다”고 경찰에 알렸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신씨가 회사 돈을 빼내기 위해 거짓 신고를 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만 수사를 벌이다 결국 소씨 부부의 희생을 막지 못했습니다.
△ 사진: 지존파의 현장검증 장면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든 주민들의 모습. <한겨레> 자료.
○···장수군 번암면 지존파가 납치, 살해한 뒤 음주운전 사고로 위장한 이아무개씨에 대해서도 타살 의혹이 명백했지만 경찰은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했습니다. 당시 경찰은 “피해 물품이 없고, 피해자 입에서 술 냄새가 났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습니다.
◇ 게다가 지존파 일당의 근거지인 ‘살인공장’은 경찰 검문소와 지서에서 각각 3㎞와 2㎞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사진:> 조직폭력배 지존파의 살인 현장을 파헤치고 있는 경찰. <한겨레> 자료.
○··· 직업이 명확하지 않은 20대 초반의 젊은이 5명이 함께 기거하며 외지 차량 출입이 잦았는데도 검문검색 한 번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이곳의 집주인 지존파 두목 김기환은 당시 동네 여중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수감 중인 상태였습니다.
◆ 지존파 사건이 남긴 것
◇ 지존파 일당은 끝까지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 검찰은 논고문에서 “피고인들은 불특정 다수를 범행 대상으로 선정해 잔혹하고 끔찍한 방법으로 살해했고,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소각로까지 설치해 사체를 태운 것으로 볼 때 인간이길 포기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 사진: 경찰에 검거된 김현양(맨 왼쪽)을 비롯한 지존파 일당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한겨레> 자료.
○··· 그러면서 “뉘우침의 기색마저 없는 이들을 우리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시켜야 마땅하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7명 가운데 범죄 단체 가입 및 사체손괴죄를 적용받아 징역 5년을 구형받은 이경숙을 제외한 6명에 대해서는 이듬해인 1995년 11월3일 사형이 집행되었습니다.
◇ 검찰은 지존파 사건을 계기로 뒤늦게나마 강력 사건의 피해자나 증인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인 방안 마련에 나섰습니다.<△ 사진:> 서울경찰청 형사부장이 서초경찰서에서 지존파 사건의 종합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 검찰의 이런 조처는 살인과 마약, 강간 등 강력사건의 경우 피해자들과 증인들이 범인들의 보복을 두려워해 신고를 기피한다는 데 따른 것이었습니다. 아울러 ‘지존파 사건’은 모든 국민이 인명 경시 풍조와 물질 만능 주의, 치안 부재 현상 등 대한민국 사회 곳곳의 민낯을 돌아보게 만든 계기가 되었습니다. 강민진 기자 mj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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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규(60)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반기문 3억 수수’ 발언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2심도 패소했다.서울고법 민사13부(부장 조한창)는 21일 이 전 중수부장이 노컷뉴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게티이미지뱅크
○··· 재판부는 "취재수첩 등 자료를 피고 측이 제출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사 내용이 허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일부 내용은 순수한 논평이나 의견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노컷뉴스는 2016년 12월 26일 "이 전 중수부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3억원을 줬다’고 얘기했다"고 보도했다. 또 반 전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설이 나돌자 이 전 중수부장이 "반기문 웃긴다. 돈 받은 사실이 드러날 텐데 어쩌려고 저러는지 모르겠다", "저런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이 되겠나"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전 중수부장은 “그렇게 말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노컷뉴스를 상대로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한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이 전 중수부장은 2009년 박 전 회장이 돈을 건넨 인사들을 정리한 ‘박연차 리스트’를 수사했다. 이 전 중수부장은 박 전 회장으로부터 600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지휘했고, 수사를 받던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 망신주기 수사를 했다는 비판이 일자 사표를 냈다.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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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문건을 수사 중인 민군합동수사단(합수단)이 조현천 당시 기무사령관의 군 인사개입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국방부와 육군본부를 압수수색했다. 국방부 부서에 대한 압수수색은 지난 7월 26일 합수단이 출범한 이후 두 번째다. 앞서 합수단은 지난달 23일∼24일 한민구 전 국방부장관의 당시 보좌관 9명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문건작성 지시 정황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 사진:> 현재 미국 도피 중인 조현천 국군기무사령관이 2015년 국회정보위원회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21일 검찰에 따르면 합수단은 20일 오전 10시부터 저녁까지 국방부 인사복지실과 육군본부 인사참모부 등 인사 관련 부서를 압수수색해 문서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인사자료를 확보했다. 합수단은 검사와 수사관 20여명을 투입해 조 전 기무사령관이 계엄문건 작성 당시 군 장성급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려 한 것으로 전해진다.
◇ 문건대로 계엄이 실행된 경우 계엄사령부 수뇌부를 조 전 사령관과 육군 위주로 구성하기 위해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합수단의 이번 조치는 미국에 체류 중인 조 전 사령관의 자진귀국을 압박하기 위한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 △ 사진: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한겨레 자료.
○··· 합수단은 조 전 사령관이 계엄문건 작성을 지시했다는 소강원 전 기무사 참모장과 기우진 전 기무사 5처장의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또 문건 작성 당시 조 전 사령관이 '계엄임무수행군'으로 지목된 부대를 방문한 사실도 파악했다.하지만 조 전 사령관이 미국에서 행방이 불분명한 상태로 귀국하지 않고 있어 수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합수단은 자진귀국 압박과 함께 여권무효화 조치를 위해 체포영장 청구와 여권반납명령 신청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연합뉴스
◇ ‘기무사 의혹 특별수사단’ 수사 경과 발표 소 참모장에 세월호 유가족 사찰 혐의 적용해 21일 보통군사법원에 기소
◇ 국방부 ‘기무사 의혹 특별수사단’이 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한 혐의로 소강원 전 기무사 참모장(육군 소장)을 기소했다.국군기무사령부 의혹 특별수사단(이하 특별수사단)은 지난 5일 구속된 소 참모장이 2014년 4월 당시 전남지역을 관할하는 610 기무부대장으로서 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했다고 보고 소 참모장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해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특별수사단은 지난 7월16일 수사단이 구성된 뒤부터 기무사의 세월호 민간인 사찰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 사진:> 계엄령 문건 작성 태스크포스(TF)를 이끌었던 국군기무사령부 소강원 참모장. 강창광 기자
○··· 특별수사단은 이날 ‘기무사의 세월호 민간인 사찰 의혹 관련 수사 경과’ 자료를 내어 소 참모장의 주요 혐의를 공개했다. 특별수사단은 “2014년 4월28일 (당시 소강원 610 기무부대장이) 세월호 정국 조기 탈피를 목적으로 세월호 티에프(TF)를 조직하고 광주·전남, 안산 지역 기무부대 등을 동원해 지역별, 기능별로 사찰행위를 계획하고 실행 행위를 조직적으로 분담”했다며 “유가족에 대한 악의적으로 부정적인 첩보를 수집하여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할 목적으로 소속 부대원들에게 지시하여 팽목항, 진도체육관에서 직접 당시 실종자 가족을 관찰하거나 당시 지원 공무원 등한테 각종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으로 민간인을 사찰하게 했다”고 밝혔다.
◇ 기무사는 박근혜 호위무사 세월호 참사 뒤 TF 60명 유가족 사찰에 탄핵 심판 때 계엄령도 검토… 박근혜 위해 청와대 지시로(...)△ 사진: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7월4일 긴급 공직기강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특별수사단이 밝힌 610 기무부대의 구체적인 사찰 내용에는 군인들이 유가족의 성향을 파악해 ‘강성’, ‘중도’, ’온건’으로 분류했으며 유가족의 텔레비전 시청 내용이나 일부 유가족의 야간 음주 실태 등 사생활과 관련한 정보까지 수집한 내용이 담겼다. 부대원들은 소 참모장의 지시에 따라 특정 조치에 불만이나 과격함을 보이는 유가족의 분위기와 “진도 지역 실종자 가족들의 경우 가족들을 위한 구강청결제 대신 죽염을 요구하였다”는 등의 ‘무리한’ 요구사항도 파악했다. 특별수사단은 소 참모장이 “부대장의 직권을 남용해 기무사의 직무범위에 속하지 아니하는 민간인 사찰 업무를 부하들에게 지시했고, 그 첩보수집 내용을 수시로 보고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노지원 기자
◇ ‘전남 목포에서도 도시재생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걸 평양이 먼저 했구나.’ 나흘 전 북한 평양에 도착했을 때 느낀 첫인상이었다. 18년 전 첫 남북정상회담과 비교하면, 북한은 그야말로 ‘상전벽해’ 됐다. 평양 시내에는 활기가 돌 정도로 완전히 뒤바뀌었다.
◇ 평양 시내를 보고 ‘북한이 이제는 문명국가로 진입했다’고 생각했다. 6ㆍ25시절인 60여년 전 평양에 하늘로 솟은 건물은 겨우 두 채뿐이었다고 한다. 이후 40여년이 흐른 2000년대에는 높은 건물들은 늘었지만, 흑색도시란 점은 변함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평양은 서울과 흡사했다. △ 사진: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 2000년 6ㆍ15 남북정상회담 때 우리를 환영하러 나온 인파는 피골이 상접한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영양실조로 이가 빠진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나흘 전 평양에서는 이가 빠진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고, 주민들의 영양 상태도 아주 좋았다. 시내 곳곳에서는 뾰족한 하이힐을 신은 여성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 화장은 예전보다 훨씬 짙어졌고, 몸에 딱 붙는 옷을 입고 있었다. 서울 여성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들의 모습을 보고 순간 궁금증이 생겨 “북한 여성들은 성형수술을 하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 북한의 변화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여명거리에 있는 과학자아파트였다. 젊은 학자들이 주를 이루었고, 이들이 확실히 대우를 받고 있었다. 연구 중심으로 운영하기 위해 권위적인 문화를 타파한 것이다. 개혁ㆍ개방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고, 북한 사회에도 희망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백두산 천지도 새로워졌다. 천지 방문은 두 번째로, 이전에는 도로나 시설물이 전혀 없었다. 주변에 새 건물들이 세워졌고, 케이블카도 새 것으로 바뀌었다. 북한이 관광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게 확실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평양과 개성, 금강산, 백두산을 개방해 관광사업을 활성화하면 우리도 로마처럼 관광수입만으로 먹고 살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자세는 확연히 달라졌다. 오히려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북한의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공인’한 셈이 됐다. 18년 전 평양 시내에 나부끼던 적대적인 구호와 벽호는 완전히 사라졌다. 대신 경제 발전을 강조하는 구호들이 군데군데 걸려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수행단에 대한 의전도 파격적이었다. 18년 전 정상회담 일정은 ‘깜깜이’였다. 이번에는 모든 일정이 예측 가능했고, 의전도 사전준비가 철저하게 이뤄졌다.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밤 평양 능라도 5ㆍ1 경기장에 운집한 15만명의 평양 시민에게 남측 지도자 최초로 육성 연설을 했다.
○··· 능라도체육관에서 문 대통령에게 쏟아진 북한 주민들의 박수갈채는, 이제 비핵화는 김 위원장과 군 수뇌부는 물론 주민들도 지지한다는 증표 같았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다”고 말하자, 주민들은 순간 주춤했다. 하지만 이내 소리를 지르며 열렬하게 환호해줬다. 북한 주민들도 이제 비핵화를 의심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눈물이 나기도 했다.
◇ ‘손하트’ 그린 김정은 “태극기 부대가 반대해도 서울 가겠다”
○··· 북한 지도자들의 태도도 180도 바뀌었다. 내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만났을 때 “지금 김정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달리는 호랑이 등에 탔다. 여기에서 떨어지면 죽는다”며 비핵화만이 살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어떻게 위대한 존엄에게 ‘죽는다’는 표현을 쓸 수 있느냐며 화를 낼 줄 알았다. 하지만 북한 측 인사들은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를 다 받아들였고, 과감한 표현을 써도 경청했다. 예전 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과거에는 ‘비핵화’ 얘기만 꺼내면 북한 고위급들은 곧장 회의장을 나가버렸다. 북한 내부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백두산 천지를 산책하던 중 천지 물을 물병에 담고 있다. / 평양남북정상회담 3일째인 20일 오전 문재인대통령 내외와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가 백두산 장군봉을 방문한 후 백두산 천지로 이동하기 위해 케이블카로 향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남북 정상의 사이도 매우 가까워졌다. 숱한 정상회담을 경험했지만, 두 정상이 많은 시간을 보낸 긴 회담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두 정상이 백두산 천지를 거닐며 물을 뜨는 모습을 보면서 ‘남북이 언제 적대국가였나’하는 생각마저 들었다.사흘간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북한이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받아들였다’는 확신이 들었다. 마지막 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유엔총회에서 리영호 북한 외무상을 만나겠다고 움직인 것도 긍정적인 신호다. 남북정상은 그동안 세 차례에 걸쳐 미국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이번 회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정상의 노력에 성의를 보이며 답할 차례라고 생각한다.박지원·민주평화당 국회의원정리=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서진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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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스테드( 미 플로리다주) = AP/뉴시스】 불법이민 부모와 강제격리되어 미 플로리다주 홈스테드의 임시 수용시설에 유치된 어린이들이 지난 6월 20일 줄을 서 있다. 전국의 위탁 가정이나 시설에 맡겨진 1500명가까운 어린이들의 소재가 현재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상원의 한 특별위원회가 밝혔다.
◇ ‘평화’ 얘기할 때 15만 북 주민 호응 “함께 새로운 시대 만든다” 박수갈채 “콜 총리 동독 연설 연상” 평가도 하태경 “대전환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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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박3일의 평양 정상회담 기간 중 가장 ‘파격적’인 일정은 평양 시민을 상대로 펼친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이었다. 남쪽의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북쪽에서 대중연설에 나선 문 대통령이 ‘평화’를 말할 때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을 채운 15만 북쪽 주민은 크게 호응했다. △ 사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밤 평양 5.1경기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경축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에 입장한 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야당에선 이례적으로 “한반도가 새로운 시대로 대전환한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왔다.‘능라도 연설’엔 내용 이전에 ‘장면’ 자체가 빚어내는 충격이 있었다. ‘동토’였던 평양에서 10만명이 넘는 시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남쪽 지도자가 정치연설에 나선 것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연설을 지켜보던 북쪽 주민들은 “우리는 이렇게 함께 새로운 시대를 만들고 있다”고 말할 때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이번 연설에 대해 “한반도가 새로운 시대로 대전환한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과거 사회주의권의 지도자도 그렇게 많은 주민들 앞에서 대중연설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 최고위원은 “이 큰 변화의 물결에 우리 야당과 보수 진영이 함께해야 한다”며 야권의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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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설 내용도 두루 회자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우리 두 정상은 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8000만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했다. △ 사진: 북한 공연단이 19일 오후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남북정상회담 축하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중 문재인 대통령 방문을 환영하는 공연을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백두에서 한라까지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영구히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주자고 확약했다”고 말했다. 평양 시민들 앞에서 ‘핵 없는 한반도’를 분명히 약속한 것이다. 그는 또 연설 내내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한다. 우리는 5천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다” “우리 민족은 강인하다”며 ‘민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교통방송>(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함께 살아야 한다는 대목은 단순한 레토릭(수사적 표현)이 아니다”라며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 남북관계 개선, 군사적 적대 행위 종식에 대한 확신 없이는 나올 수 없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style="font-size: 11pt;" color="#333333" face=막내> ◇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끝 부분에 우리 문재인대통령의 연설이 있습니다.
○··· 북한 주민들을 향해 “이번 방문에서 나는 평양의 놀라운 발전상을 봤다. 어려운 시절에도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며 끝끝내 스스로 일어서고자 하는 불굴의 용기를 봤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사려 깊은 연설’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난의 행군’으로 대표되는 궁핍을 견뎌낸 북한 주민들의 자존심을 세워준 것이다. 북한 주민들 역시 이 대목에서 큰 박수를 보냈다. 맥락은 다르지만 이번 연설이 동독 주민들을 향해 “여러분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던 헬무트 콜 독일 총리의 드레스덴연설에 비견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평양공동취재단,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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