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개소문 이야기 [25화] 북국에 핀 열꽃 4
병법을 배운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판단되어야 할 사항인 것이었다.
‘일국의 선봉장이란 자가? 참 어처구니가 없구려.’
연개소문은 돌궐의 앞날이 크게 우려되었다.
그는 유난히 두툼한 입술을 꽉 다물었다.
“…….”
하지만 연개소문의 마음을 알 까닭이 없는 배율치명. 그의 속엔 다만 연개소문의 말대로 정말 적군의 기병이 쳐들어온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태산 같은 걱정만이 두터운 벽을 만들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앞으로 나아가려는 말의 고삐를 높이 들어 멈추게 하고는 걱정스레 물었다.
“장군의 짐작대로 저토록 강력한 기병이 선봉이 되어 쳐들어온다면 우린 어떻게 막아야 하는 거요?”
“그걸 이 몸에게 묻는 거요?”
연개소문은 싱긋 웃었다. 뭘 몰라도 소박하게 인정하고 드는 배율치명의 인간성이 무척 맘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소이다. 적과 대진(對陣)한 귀국의 선봉군이 이 능선 초입에 있지 않소이까? 원래 이 능선 동남편에는 반드시 복병을 두어야 할 것인데, 귀국에선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고, 그것을 적군이 간파하였소. 아마도 적장은 오늘 저녁 일격에 귀진을 공격할 계획일 것이오. 하니, 오늘 저녁에 귀국에서 먼저 정예 기병 3천 명만 매복해놓으면 그만일 것입니다.”
“그거 참 천하의 명안이외다.”
배율치명은 또 무릎을 쳤다.
“거, 무릎 아프시겠소.”
“예에? 하하하하!”
“아무튼 장군! 오늘 밤에는 필시 야습이 있을 것이니 진중에 군령을 내리시오. 대비를 해야 하오.”
두 사람은 다시 군진으로 돌아왔다.
배율치명은 즉시 부장과 아장을 불렀다. 그리고 기병을 복병으로 배치하게 하고 온 진중에는 비상대기령을 내리고 나서 연개소문에게 다시 부탁했다.
“장군, 오늘밤, 소장의 장막에서 도와주셔야 되겠소이다.”
“좋소이다.”
이 소식을 접한 돌궐왕은 급히 배율치명을 불렀다.
“전하! 고구려사신의 말이 옳사옵니다. 오늘밤에는 필연코 야습이 있을 것이옵니다.”
왕 힐리가한에게 아뢰는 배율치명의 모습이 휘황한 등잔불빛에 어른거리고 있었다.
“누가 그것을 장담하겠소?”
힐리가한은 잔뜩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신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배율치명이 다시 읍하며 아뢰었다.
“마마, 만약 오늘 적의 야습이 없을 시엔 그 또한 고구려 사신 연개소문에게 엄히 책임을 물을 것이옵니다.”
정말 야습이 없을 시엔 연개소문을 잡겠다, 또는 죽이겠다고 하는 작전이었다. 원병을 보내지 않는 고구려에 진작 보복을 해야 하는 것이었는데 못했다. 이유 없이 사신을 죽일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잘됐군. 고구려 사신을 죽여 조금이라도 울분을 풀어볼 수 있겠군.’
힐리가한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 배율치명을 끌어안을 듯이 가까이 다가가서 그 등을 두드렸다.
“과연 경의 계책이 옳도다.”
“하오니 마마, 오늘 밤 일은 신에게 맡겨주시기 바라나이다.”
“그러오. 경이 잘 알아서 처리하기 바라오. 우리 손으로 고구려 사신을 처치함은 오히려 고립무원(孤立無援)의 화를 초래하는 처사일 것이고…… 만에 하나 그 자의 말대로 적의 야습이 있다면 그에 따라 융통성 있게 하시오. 그럴 경우엔 사신 연개소문을 선봉에 세우도록 하라, 그 말이오. 사신이 당나라 군사의 손에 죽는다면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좋은 일이겠소.”
“마마의 성려를 소신도 통찰하고 있사옵니다. 고구려 사신이 선봉이 되어 당나라군에 의해 전사하면 자연히 두 나라의 감정이 악화될 것이옵니다.”
“짐의 생각도 그러하오.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소. 연개소문의 장례를 극진히 지내주는 한편으로 고구려에 사신을 파견하여 깊은 조의를 표한다면, 호오! 고구려의 영류왕도 그제는 병마를 일으키지 않을 수 없을 것이오.”
“마마, 과연 묘책이고 상책이옵니다.”
힐리가한과 배율치명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꿩 먹고 알 먹고 도랑치고 가재 잡고의 작전을 짜고 있는데, 밖에서 군관 하나가 황급히 뛰어들었다.
“마마께 아뢰오!”
“뭐냐?”
“당나라군이 야습해온다는 급보를 가지고 마한가리(瑪汗加利)장군께서 대령한 것으로 아뢰오!”
“무엇이? 얼른 마한가리 장군을 들게 하라!”
안 그래도 그 이야기를 하고 있던 중이었으나, 막상 적이 야습해온다는 보고가 있자, 힐리가한의 얼굴은 백짓장처럼 질려버렸다.
잠시 후, 마한가리가 힐리가한 앞에 대령하였다.
“마마께 아뢰오! 당나라의 기병부대가 지금 야습해오는 중인 것으로 아뢰오!”
“그래, 우리 군은 어찌 되었소?”
“신이 아는 바로는 ……아군의 군진 어귀에서 우리 기병과 당나라군이 교전하고 있다는 것만을 보고 받았을 뿐이옵니다.”
“흐음!”
힐리가한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연개소문은 과연 천하에 명장 아닌가.’
새삼 연개소문의 탁월함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이윽고 그는 눈을 떠서 눈앞에 부복한 두 신하를 내려다보았다.
지금까지 믿어왔던 신하들이 타국에서 온 사신 연개소문과 비교하니 너무나 한심하였다.
“경들은 어서 연개소문을 대동하고 현지에 나가보오!”
약간 짜증스런 힐리가한의 분부에 두 장군은 절절 맸다.
“황공하옵니다. 소장, 어명 받들어 봉행 하겠나이다!”
배율치명과 마한가리가 자리를 물러가려 하자, 힐리가한이 황황히 몸을 일으켰다.
“짐도 나가보겠소. 경들은 조금만 기다려주오!”
왕은 시신들이 입혀주는 갑옷을 입었다. 그리고 신하들을 대동하고 선봉 진중에 이르렀다.
장막 앞에, 바우가 완전무장을 하고는 의젓한 자세로 파수를 보고 있었다.
배율치명이 비탈을 내려오는 모습을 보자 바우는 몇 걸음 앞으로 뛰어올라 척하니 군례를 올려 붙였다.
“이 밤중에 장군님께서 어인 행차이십니까?”
배율치명도 바우를 알아보았다.
“오냐. 수고가 많구나. 연 장군님은 안에 계시느냐?”
“우리 장군님께선 장군님을 찾아가셨다가 헛걸음 하시고는 할 수 없이 홀로 싸움터로 나가셨습니다.”
“무엇이? 연 장군 혼자서 나가셨단 말이냐?”
“예, 그럼요!”
배율치명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연개소문은 타국의 장수인데도 불구하고 지체 없이 출전했는데, 우린 아직 뭘 하고 있었단 말인가.’
힐리가한과 함께 연개소문을 놓고 도랑치고 가재 잡기, 꿩 먹고 알 먹기 궁리나 했던 조금 전 일이 떠올라서 그는 양심이 찔렸다.
옆에 서 있는 힐리가한은 양심의 가책을 넘어서서 감탄을 거듭하고 있었다.
“과연 고구려 사신 연개소문은 슬기로운 명장이구려!”
그들은 급히 기병이 매복되어 있는 격전지로 달렸다.
이 산 저 산 봉우리마다 퍼져 있던 구름도 어느새 서풍이 걷어가고, 7월 중순의 밝은 달이 이쪽저쪽의 계곡을 대낮같이 밝혀주고 있었다.
계곡의 평평한 능선에서는 당나라의 2만 기병을 맞이하여 돌궐의 기병이 한창 용감하게 싸우고 있었다. 격전은 이미 한 고비를 넘어가고 있었다. 왕의 일행이 당도했을 때는 돌궐 기병이 당나라 기병을 좁은 계곡으로 유인하여 요격하려는 무렵이었다.
당나라 진영 깊숙이 들어가서 장창을 휘두르며 싸우는 한 용감한 장수가 있었다. 힐리가한이 그 장수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 장수가 장창을 한 번 휘두르며 당나라 진중으로 돌입하면, 당나라군은 추풍낙엽처럼 맥없이 쓰러졌다. 그러나 장수가 이제는 당나라군에 포위되었다 싶어 간을 졸이고 있을라치면 어느새 그 장수는 포위망을 뚫고 유유히 나왔고, 나왔다 싶으면 또 어느새 당나라 군사에게 둘러싸인 채로 응전하는 것이었다. 실로 놀라운 무예를 지닌 용장이었다.
그 광경을 넋을 잃고 바라보던 힐리가한은 취한 목소리 그대로 배율치명에게 물었다.
“저 용맹무쌍한 장수는 대체 누군고?”
“저 장수가 바로 고구려의 사신 연개소문이옵니다.
“오호, 그럴 줄 알았느니…… 과연 문무겸전한 만부부당의 명장이로다!”
힐리가한이 깊이 탄복하고 있을 때에, 적진을 한창 교란하여 힘을 분산시킨 연개소문이 별안간 말을 달려 달아나는 것이었다.
“와아!”
“잡아라아!”
산산이 흩어졌던 당나라 군사들이 죽기 살기로 함성을 지르며 쫓아가고 있었다.
이윽고, 당나라 군사들 절반가량이 깊은 계곡으로 따라왔을 때였다.
달아나기만 하던 연개소문이 별안간 장창을 높이 쳐들며 재빨리 말머리를 돌렸다. 동시에 계곡 양쪽에서 천둥과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무턱대고 치달아오던 당나라 군사들이 모두 아연실색 혼비백산하여 말머리를 돌리는 등 우왕좌왕하면서 아우성쳤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천둥소리의 주인인 그들, 즉 매복해있던 돌궐기병들이 물밀 듯이 비탈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 연개소문을 잡는답시고 계곡으로 추적해 들어왔던 당나라 군사들은 별안간 아수라장에 빠졌다. 아군을 적군인 줄 알고 죽이기, 적군을 아군인 줄 알고 비키다가 오히려 당하기 등등으로 어처구니없는 사상자가 속출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풍비박산 되어버린 당나라 진영. 군사들 수효가 두 동강 나버리는 바람에 즉시 수세에 몰린 당나라군은 퇴각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처럼 당나라군의 중추세력이 대 타격을 받자, 당나라 본진에서는 퇴각명령을 내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드디어 돌궐군은 승전고를 울렸고, 보무도 당당히 본진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돌궐군이 당나라군과 대치하여 싸운 오랜 세월에 실로 이렇게 커다란 승전은 이번이 처음일 거였다.
돌궐군진 가장 뒤에는 연개소문이 홀로 뒤따르고 있었다. 승전하고 돌아오는 연개소문의 늠름 위풍당당한 모습은 장엄하기조차 했다.
멀리서 바라보고 있던 힐리가한은 그의 용장다운 모습에 눈이 부셨다. 저절로 압도되었다.
‘저 보물을 죽이고자 했다니…… 아아, 어리석은지고!’
통탄에 통탄을 거듭하던 힐리가한은 아차, 하고 엎어질 듯이 연개소문에게로 달려갔다.
“장군께서 용감히 선전분투해준 것을 진심으로 치하하는 바이오!”
‘왕이 직접 나와 주시다니!’
연개소문은 감격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는 마상에 앉은 채로 군례를 올렸다.
“전하께오서 친히 출영하시어 변변히 싸우지도 못한 소장을 이토록 과찬해주시오니 황공스러울 따름입니다.”
연개소문이 한껏 겸손한 태도로 대하자, 왕은 또 감격하였다.
교교한 달빛 아래서, 연개소문의 창끝에는 적군의 피가 선명히 번쩍거리고 있었다.
“장군은 과연 출장입상(出將入相 나가서는 장수가 되고 들어와서는 재상이 됨)의 명장이구려. 짐이 지난날 관운장 · 장비 · 조자룡 등 명장들이 싸운 기록을 보고 쾌재를 부른 적이 있소만, 오늘 장군이 당나라 대군을 맞아 싸운 진법과 무예는 만고의 그 누구도 감히 따를 수 없을 것이오. 오호, 전무후무한 명장을 여태 몰라보았었다니, 심히 부끄럽구려.”
‘죽기를 바랐었다니’를 ‘몰라보았었다니’로 슬쩍 바꿔 한 말이란 것을 짐작했지만, 연개소문은 짐짓 모른척했다.
“전하, 소장, 분에 넘치는 과찬에 오히려 몸 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장군은 너무 겸손하시오.”
옆에서 바라보고만 있던 배율치명도 연개소문에게 치하의 말을 했다.
“오늘 장군께서 많은 고생을 하시게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마한가리도 앞으로 나섰다.
“장군께서 올린 전과는 길이 기억될 것이옵니다. 정말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하하, 그토록 치하해주시니 오히려 부끄럽소이다.”
그들은 모두 말머리를 나란히 하여 왕의 장막으로 돌아왔다.
“오늘 밤은 짐이 장군을 위해 축연을 베풀 터이니 장군은 사양하지 마오.”
내내 싱글벙글 웃음을 달고 있던 힐리가한이 시녀를 불렀다.
“여기 주안상을 차려 축연을 준비하도록 하라!”
그동안 포로나 다름없게 푸대접을 받아오던 연개소문이 힐리가한의 빈객으로 변한 것이었다.
잠시 후 주안상이 들어왔다.
힐리가한이 어수를 들어 손수 연개소문에게 술을 권하였다.
“장군, 이 술을 드오.”
“황공하옵니다.”
왕이 내린 술을 연거푸 석 잔이나 들이켜자, 연개소문은 온몸에 술기운이 짜르르 퍼졌다.
연회는 밤새도록 계속되었다.
연개소문이 힐리가한의 장막에서 나온 것은 다음 날 햇살이 동편 산마루 위에서 환하게 빛살을 뿌릴 때였다. 그는 몹시 피곤하여 곧 쓰러질 것만 같았다. 적군과 싸운 데에다 꼬박 뜬눈으로 밝혔으니 피곤하지 않다면 사람이 아닐 거였다.
말이나 사람이나 이루 말할 수 없이 지쳐서 장막으로 돌아오자, 파수를 보고 있던 바우가 반가이 달려들었다.
“장군님!”
바우는 눈물 그렁그렁한 눈을 하고서 말에서 내리는 연개소문을 부축하였다.
“오냐, 바우야. 밤새 아무 일도 없었느냐?”
연개소문은 바우를 보자 한결 마음이 푸근해졌다.
“녜, 장군님.”
“음, 수고했다. 우리 비호에게 여물도 떠다주고 시원하게 좀 씻겨주어라.”
“예, 알겠습니다. 장군님은 어서 주무십시오. 굉장히 피곤하시겠습니다.”
바우가 비호의 고삐를 끌고 가는 것을 물끄러미 보다가, 연개소문은 장막 안으로 들어갔다.
고구려와 돌궐, 한국과 터키의 우호적 관계의 역사적 배경
[한단고기]에서는 수유족(21대 소태 단군천황이 일방적으로 소유족 출신의 서우여를 단군에 즉위시키려 하자, 고구려가 시조로 삼는 고등의 손자 색불루가 백악산 아사달에서 군사쿠테타를 일으켜 22대 단군천황에 오르자, 단군천황즉위에 실패한 수유족은 단군조선의 직접 통치에서 벗어나 초원지역에서 단군조선의 통치구조를 모방하여 거대한 유목세력을 형성하여 서방에서는 스키타이, 동방에서는 흉노라 불리우는 유목제국을 건설했다. 이후 선비.돌궐.거란.몽골제국으로 계승된다. 우리와 피를 나눈 단군의 후예들로서 이들이 분포하며 살고 있는 유라시아와 협력교류해야 하는 외교적 배경이기도 하다)으로 기록된 흉노의 후예 돌궐(투르크)은 6세기 중반부터 8세기 중반까지 유라시아 초원을 장악해 거대한 제국을 만들었던 단군민족의 후예들로 지금은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중간지역인 터키지역에 정착해 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투르크를 한자로 음차한 ‘돌궐’이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돌궐은 역사적으로 고구려와는 서로 사신을 보내고 춤사위가 전해질 정도로 정치, 군사, 문화 모든 면에서 활발히 교류하였다.
근대까지 유럽을 지배했던 지금의 터키는 자신들의 기원을 돌궐에서 찾는다. 지나지역의 남북조 시대에 유목국가인 유연이 북조를 위협하였다. 6세기 중반 유연에 속했던 유목부족의 하나였던 투르크 계통의 돌궐이 흥기, 유연을 격파하고(552) 초원의 패자가 되었다.
한자 표기인 돌궐의 정식 명칭은 돌궐 비문에 따르면 '쾩-튀르크(Kok Turk)' 로 하늘(Kok) 에 속한 신성한 투르크란 의미를 가진다. 이로부터 투르크가 정식 종족명으로, 또한 국명으로 사용되었으며 오늘날까지 지구상의 다양한 투르크 계 종족이 연대 의식을 가지고 있다. 투르크라는 말은 세계 조상어가 한반도어인 만큼 '기운'을 의미하는 한반도어 팃기(남한).티기(북한)에서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돌궐제국의 창건자는 부민으로 그가 지나사서에 등장하는 시기는 535년이다. 545년 지나지역의 <서위>와 동맹 관계를 맺은 그는 <유연>에 대해 유연의 공주와의 혼인을 요구했다. 이는 유연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의사였다. 유연이 거절하자 부민은 서위의 공주를 맞아들이고 552년초 서위와 연합하여 유연을 멸망시켰다. 이때 부민은 일 카간(Il- Qagan, 伊利可汗) 이란 호칭을 쓰면서 초원의 지배자임을 공언하였다. 유연을 멸망시킨 터키(돌궐)는 유연의 잔존세력을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고구려를 공격했으나 고구려에 참패당했다. " ··· 왕년에 이계찰(利稽察)이 고구려·말갈에 크게 격파되고 ··· 라고 기록한 지나 역사서[隋書, 突厥傳]에서 단편적으로 이러한 모습이 보인다.이계찰(利稽察)에서의 '察'은 돌궐의 관직명 '샤드(Shad)'를 뜻하며 設, 殺, 煞로도 표기된다.고구려가 돌궐의 이계찰을 격파한 것은 돌궐의 동진을 성공적으로 막았음을 보여주는 일이다. 돌궐의 고구려 침공은 처음에는 돌궐이 유연의 잔여 세력을 추격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듯 하다. 6세기 말~7세기 초 활동하였던 동로마 역사가 시모카테스(Simokattes)는 돌궐에게 멸망한 <유연>의 잔존세력이 지나지역(북제)으로 도주했고 그 곳에서 다시 반란을 일으켰다가 쫓기어 동쪽의 Moukri(고구려)로 갔다고 기록했다.
이후 지나지역을 통일한 수.당나라에 맞서 고구려와 돌궐은 동맹을 맺어 당나라의 공격을 방어하면서 가깝게 지냈는데 돌궐이 흉노의 후예나라 <위구르>에 멸망한 후 남아 있던 이들이 서방으로 이동하여 결국 후에 유럽을 지배한 오스만 투르크 제국을 건설하게 되니 오늘 날 '터키' 국가이다.
한국전쟁 때 대한민국을 도와 싸우기도 했던 터키는 한국을 형제국가라고 생각하며, 터키 역사교과서에는 고구려와의 관계까지 언급하며 한국을 우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민족사에 대해 관심이 부재한 한국의 경우는 달랐다. 1988 서울 올림픽 때 터키의 한 고위층 관계자가 한국을 방문했다. 자신을 터키인이라 소개하면 한국인들에게서 큰 환영을 받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그렇지 않은 데 대해 놀란 그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물었다."터키라는 나라가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돌아온 답은 대부분 '아니오'였다. 충격을 받고 터키로 돌아간 그는 자국 신문에 이런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한다. "이제 짝사랑은 그만합시다." 이런 어색한 기류가 급반전된 계기는 바로 2002 월드컵이었다. "한국과 터키는 형제의 나라, 터키를 응원하자!"라는 내용의 글이 인터넷을 타고 여기저기 퍼져나갔고 터키 유학생들이 터키인들의 따뜻한 한국사랑을 소개하면서 터키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이 증폭되게 되었다.한국인들은 월드컵을 치르는 동안 터키의 홈구장과 홈팬들이 되어 열정적으로 그들을 응원했다.
하이라이트는 한국과 터키의 3,4위전. TV로 경기를 지켜보던 수 많은 터키인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한다. 경기는 한국 선수들과 터키 선수들의 살가운 어깨동무로 끝이 났고 터키인들은 승리보다도 한국인들의 터키사랑에 더욱 감동했으며 그렇게 한국과 터키의 '형제애'는 더욱 다시 굳건해졌다. 마치 고구려와 돌궐의 관계처럼 말이다.
661년 제 2차 고구려와 당나라와의 전쟁 중 돌궐이 당나라 본토를 공격했다. 이에 당나라의 일부 군대가 급히 본토로 돌아가고 고구려는 이 전쟁에서 승리한다. 돌궐의 당나라 공격으로 인하여 고구려는 당나라를 격퇴시킨 것이다. 마치 신라를 이용하여 고구려와 백제를 공멸시키고 신라까지 토사구팽시켜 집어 삼키려 했던 당나라가 티벳지역의 <토번>의 공격으로 한반도에서 군대를 철수시킨 것과 동일하다. 이 처럼 지나를 둘러싸고 있던 유목국가들은 지나를 위협하고 지배했던 세력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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