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

新연개소문전 -춤추어라 청룡도 4(글쓴이-蘭亭주영숙)

해피y 2017. 10. 31. 04:17

 

4연개소문 이야기 [33화] 춤추어라 청룡도 4


 

요술쟁이는 계란보다 조금 작고 둥근 수정구슬 두 개를 탁자 위에 놓았다.
요술쟁이가 그 중 한 개를 집어 입에 넣으니, 목구멍은 좁고 구슬은 커서 삼키지를 못하는지 구슬을 토해내어 도로 탁자 위에 놓았다. 이번에는 광주리 속에서 계란 두 개를 꺼내 두 눈을 부릅뜨고 목을 늘인 채로 알 하나를 삼켰다. 닭이 지렁이를 삼키고 뱀이 두꺼비 알을 삼켰을 때 모습이 저러리라. 그런데 계란이 목에 걸려서 목에 혹이 달려 보였다. 그렇거나 말거나 요술쟁이가 알 하나를 덩달아 삼켰다. 그러자 계란이 목구멍을 꽉 틀어막았다. 요술쟁이는 재채기에 구역질에 목에 핏대까지 섰다. 요술쟁이는 살고 싶지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젓가락으로 목구멍을 팍팍 쑤셔댔다. 그러자 젓가락이 꺾어져 땅에 떨어졌다. 이제는 어쩔 수가 없다 하고 사람들에게 입을 벌려 보이는데, 목구멍에서 흰 색깔이 조금 드러났다. 요술쟁이는 가슴을 탕탕 치다가 툭 불거진 목을 두드리다가 별의별짓을 다해가며 사람들 앞에서 우왕좌왕하였다.
그러자 어떤 구경꾼이 혀를 끌끌 찼다.


“작은 재주로 경솔히 까불어대더니, 아이고, 저 사람 영판 죽겠구먼.”

문득 귀가 가려운지 요술쟁이가 손가락 끝으로 귓구멍을 후볐다. 그런데 신통하게도 귓속에서 흰 물건이 나오는데, 계란이었다. 하마터면 좀 전에 목숨을 잃을 뻔했던 사실을 까맣게 잊었는지, 요술쟁이는 아주 태평한 표정이었다. 그는 오른손으로 계란을 쥐고 구경꾼들에게 두루 보였다. 그리고는 계란을 왼쪽 눈에 넣었다가 오른편 귀에서 뽑아내고, 오른쪽 눈에 넣었다가 왼편 귀에서 뽑아내고, 또 콧구멍에 넣었다가 뒤통수로 뽑아내는데, 목에는 계란이 한 개 아직도 남아있었다.

요술쟁이는 흰 흙 한 덩이로 땅에 큰 동그라미를 그었다. 구경꾼들을 동그라미 밖에 둘러앉게 한 다음, 자기 모자를 벗고 옷을 끄르고 시퍼렇게 간 칼을 내어 땅 위에 꽂아놓았다. 이번에는 댓가지로 목을 쑤셔 계란을 깨뜨리려 했다. 단단히 버티고 선 채로 한 번 토했는데, 알은 종내 나오지 않았다. 이윽고 큰 결심을 한 듯 그 칼을 빼어 좌우로 휘두르다가 공중을 바라보았다. 칼을 공중에 한 번 던져 손바닥으로 받더니 또 한 번 높이 던져놓고 그 공중을 향해 입을 벌렸다. 순간, 칼끝이 바로 떨어져 입 속에 꽂혔다. “앗!” 구경꾼들 얼굴이 모두 파랗게 질렸다. 어떤 이는 벌떡 일어나더니 그대로 얼어붙어버렸다. 요술쟁이는 고개를 젖히고 두 팔을 늘인 채로 한동안 뻣뻣이 서있었다. 눈 한 번 깜박하지 않고 하늘을 빤히 올려다보고 있다가, 한참 지나자 기어이 칼을 삼키는데, 마치 병을 기울여 무엇을 들이마시듯 목과 배가 서로 맞장구치는 것이 꼭 두꺼비 배처럼 불룩거렸다. 그런데, 칼은 목에 넘어갔는데, 칼고리가 이에 걸려 칼자루는 넘어가지 못했다. 요술쟁이가 네 발로 기듯이 하며 이에 물린 칼자루를 땅에 쿡쿡 다지자, 이와 고리가 맞부딪쳐 딱딱 소리가 났다. 요술쟁이는 또다시 일어나더니 주먹으로 칼자루 머리를 쳐댔다. 그리고는 한 손으로 배를 만지고 한 손으로는 칼자루를 잡고 내두르니 뱃속에서 울룩불룩 칼이 오르내렸다. 마치 살가죽 저쪽에서 붓으로 종이에 줄을 긋는 걸 반대쪽에서 보는 모양새였다. 어떤 사람들은 가슴이 섬뜩하여 똑바로 보지 못하거나 눈을 질끈 감았고, 어린애들은 너무 무서운지 막 울면서 엎어질듯 기어서 달아났다. 이때다. 요술쟁이가 손뼉을 딱딱 쳤다. 그는 이사람저사람 사방팔방을 돌아보며 늠름한 자세로 섰다. 그리곤 자기 몸속의 칼을 천천히 뽑아내서 두 손으로 받들었다. 그러자 사람들이 탄성을 질렀고, 그 가운데서 그는 뽑은 칼을 사람들 눈앞에 두루 보이면서 인사하였다.
그 칼끝 알알이 달린 핏방울에선 아직도 더운 김이 무럭무럭 나고 있었다.


    
요술쟁이가 종이를 수십 장이나 나비날개모양으로 오렸다.
손바닥으로 종이를 비벼서 여러 사람들에게 보이고는 한 아이에게 다가갔다.


“착하지··· 자아, 눈을 감고 입을 벌려 봐.”


아이가 손바닥으로 입을 가리려 했지만, 요술쟁이가 먼저 아이의 입을 가렸다.  아이가 발을 구르면서 마구 울자, 요술쟁이는 상냥하게 웃으면서 자기 손을 뗐다.  아이는 울다가 토하고, 또 울다가 토하고 토하기를 여러 번 하는데, 토할 때마다 청개구리가 수십 마리나 튀어나왔다. 연달아 튀어나온 청개구리는 땅바닥이 제 세상인양 팔짝 팔짝 뛰놀았다.


요술쟁이가 탁자 위를 깨끗이 닦았다. 그리고는 붉은 보자기를 툭툭 털어 탁자 위에 펴놓고, 사방팔방을 돌아보며 딱딱 손뼉을 쳤다. 여러 사람들이 탁자 위엔 탁자를 덮은 보자기 외엔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요술쟁이가 천천히 탁자 앞으로 와서 한 손으로 보자기 복판을 누르고 한 손으로는 보자기 귀퉁이를 집어 젖혔다. 그 순간, 붉은 새 한 마리가 한 번 울고는 남쪽으로 날아갔다.


또 한 번 동쪽으로 손을 쳐들자, 푸른 새 한 마리가 나와서 동쪽으로 날아갔다.


손을 보자기 밑에 집어넣어 가만히 무엇을 집어내는데 참새 한 마리였다.
참새가 예쁘게도 빛은 희고 입부리는 붉다 싶었는데, 두 발로 허공을 허우적거리다가 요술쟁이의 수염을 움켜잡았다. 요술쟁이가 새를 팽개치고 눈을 문지르자, 그 사이 붉은 부리 흰 새는 서쪽으로 날아갔다. 요술쟁이가 분해서 푹푹 한숨을 쉬었다. 이번엔 다시 가만히 손을 넣어 검정 참새 한 마리를 잡아냈다. 그는 그 새를 구경꾼 한 사람에게 주려고 다가갔다. 그러다가 아차 놓쳐서 참새가 땅에 떨어져버렸다. 참새가 아장아장 탁자 밑으로 돌아 들어가자,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서로 참새를 붙들려고 옥신각신하였다. 그러자 새는 날개를 활짝 펴고 북쪽으로 날아갔다. 요술쟁이가 푹푹 분을 삼키며 보자기를 집어치우자, 수없는 집비둘기들이 한꺼번에 드러났다. 비둘기, 시끌벅적하게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올라 공중에서 빙빙 돌더니 지붕 처마 위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요술쟁이가 작은 주석 병을 가지고 나왔다.


오른손으로 물 한 대접을 떠서 병 주둥이에 철철 넘치도록 붓고는 대접을 탁자 위에 놓은 다음 대젓가락으로 병을 찔러대자, 물이 병 밑으로 방울져 흐르다가 점점 처마 밑 낙숫물처럼 줄줄이 흘렀다. 공중을 향해 눈을 흘기며 중얼중얼 주문을 외자, 물이 병 주둥이로부터 몇 자나 높이 솟았고, 이내 땅바닥에 거꾸로 쏟아졌다. 요술쟁이가 “아!” 하고 소리치면서 허겁지겁, 연신 솟아오르던 물줄기의 가운데를 움켜잡자, 물은 뚝 끊어지고, 아니 꾸부러져 병 속으로 들어가고, 요술쟁이가 다시 대접을 가져다가 물을 도로 따르자, 병에 든 물의 분량이 처음과 같아졌다. 땅바닥, 땅바닥에는 물을 몇 동이나 쏟은 것 마냥 흥건하였다.

요술쟁이가 금빛 고리 두 개를 내어 탁자 위에 놓더니 이사람저사람 두루 불러서 보였다. 금빛 고리는 각각 크기가 두 뼘이나 되는데, 밑도 끝도 없이 둥글둥글하면서 이음새 하나 없이 매끈하고 눈부셨다. 요술쟁이가 두 손을 쫙 벌리고 고리를 하나씩 쥐더니 다리를 번갈아가며 춤을 추었다. 그러면서 사뿐사뿐 공중에다 고리를 던졌다가 고리로 고리를 만들자, 두 고리가 서로 이어졌다. 이어진 고리를 여러 사람들에게 보이는데, 끊어진 데도 없고 틈도 없었다. 처음부터 틈이 없다는 걸 확인한 바였다. 누가 이어지는 순간을 보았으랴. 요술쟁이가 이때 두 손을 쫙 벌리고, 고리 하나씩을 잡았다. 한 번 떼었다 한 번 붙였다, 한 번 이었다 한 번 끊었다, 끊었다 이었다 뗐다 붙였다, 요술쟁이 자기 맘대로 고리 잇기 놀이를 하였다.

요술쟁이가 탁자 위에 모직물 자수보자기를 폈다. 보자기 한 모서리를 살짝 들자, 주먹만 한 자줏빛 돌 한 개가 나왔다. 돌을 칼끝으로 조금 찌른 후에 찌른 자리에 잔을 받치자, 거기서 술이 조금씩 흘러내렸다. 술은 잔이 차면 저절로 흐름을 멈추어주었고, 여러 사람들이 다투어 돈을 내어 술을 사먹었다. 사괴공을 청하면 돌에서 사괴공이 흘러나오고, 불수로를 청하면 불수로가 흘러나오며, 장원홍을 청하면 장원홍이 흘러나왔다(모두 술 이름이다). 돌 속에는 술이 한 가지만 들어있는 게 아니라 손님이 청하는 대로 척척 알아서 변신하여 나왔다. 한줄기 매운 향기가 위장에 들어가면 얼굴이 불콰해진다. 술이 술을 먹는다고, 한 잔 마신 사람은 또 달라고 하는데, 술은 한 사람에게 꼭 한 잔씩만 나왔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은지라 돌은 연거푸 수십 잔을 쏟아내고는 이윽고 사라져버렸다. 요술쟁이는 놀라지도 당황하지도 않은 표정으로 저 멀리 둥둥 떠가는 흰 구름을 가리켰다.


“돌이 하늘로 올라갔소이다.”


요술쟁이가 바늘 한 줌을 삼켰는데, 근지럽지도 아프지도 않은 모양이다.
말하고 웃기가 보통 때나 다름없는 데다 밥도 잘 먹고 차도 잘 마시고, 천천히 일어나서 슬슬 배를 문지르고, 그 다음 붉은 실을 싹싹 비벼 귓구멍에 넣고 한참 섰다가, 재채기 몇 번, 코풀어 수건으로 닦기 한 번, 코털을 뽑는 것 마냥 콧구멍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가 빼고 당기기 한 번, 그러고 얼마 지나자 귓구멍으로 들어갔던 붉은 실이 콧구멍을 내다보며 두리번거렸고, 그걸 감지한 요술쟁이가 손톱을 세워 실마리를 꼭 집어 슬슬 당기기 시작하였고, 세상에 이런 일이? 실이 한 자 넘게 나오는 건 뒷문제고, 실이 바늘에 꿰어 콧구멍을 미끄러지듯 통과하질 않나, 가느다랗게 질질 끌려 나오던 실의 행렬이 자꾸만 길어지면서 그 실에 백 개 천 개 바늘이 꿰어졌기 아니면 밥알이 바늘 끝에 붙어 실과 함께 나오질 않나··· 이윽고 바늘 가득했던 요술쟁이의 뱃속이 비어지게 되었다. 

    

요술쟁이가 은행 한 소반을 땅에 놓고 큰 항아리로 덮었다.


허공중에다 주문을 외우던 끝에 항아리를 젖히자, 은행은 모두 산사(한약재의 일종)로 둔갑해있었다. 이번에는 항아리를 덮더니 허공중에 대고 주문을 외우던 끝에 다시 항아리를 열자, 그 산사 붉은 오얏 같은 두구(한약재의 일종)로 변했다. 또 항아리를 덮고 허공중에다 주문을 외우던 끝에 항아리를 다시 열었는데, 두구는 간데없고 모두가 알알이 염주로 둔갑해있었다. 염주는 하나하나마다 웃음 띤 뚱뚱보 중이 아로새겨진 채로 한 줄에 108개씩 꿰었는데 처음도 끝도 없이 가지런했다. 아무리 꼼꼼히 보아도 어디서 시작하여 어디까지 세어야 할는지 오리무중, 그래도 백팔번뇌 근거로 108개씩이라 자문자답하였다. 이때 요술쟁이가 사방팔방 돌아보면서 손뼉을 쳤다. 구경꾼 그 시선들이 백팔번뇌 접어두고서 요술쟁이에게 쏠렸다.


“이번엔 비장의 술법을 공개하리다.”


요술쟁이는 백팔번뇌를 항아리로 덮어 한참 엎었다가 뒤집어놓았다. 그러자 항아리는 소반 밑으로, 소반은 항아리 위로 자리바꿈한 게 아닌가. 그게 또 못마땅한 듯 요술쟁이는 항아리에게나 소반에게나 막무가내로 화풀이하며 버럭버럭 소리쳤다. 그러다 한참 만에 보니, 소반에 있던 염주가 온데간데없고 항아리에만 맑은 물이 찰람거리는데, 한 쌍의 금붕어가 오락가락 활발히 놀고 있었다. 물을 머금었다가 물을 뱉었다가 진흙을 머금었다가 진흙을 토했다가, 또 한 번 팔짝 뛰었다가 헤엄쳤다가 또 한 번 핑하니 달아났다가 나타났다가, 제가끔 놀아대면서 아무런 의심도 없다, 자기 노는 세상에.


요술쟁이가 한 자 넓이 꽃무늬 자기쟁반 다섯 개를 탁자 위에 놓았다.
가느다란 댓개비 수십 개는 탁자 아래 놓았는데, 댓개비는 크기와 길이가 화살을 닮아서 끝도 모두 뾰족하다. 댓개비 한 개, 그 끝에 쟁반을 얹고 대를 돌리니, 쟁반은 삐뚤어지지도 기울어지지도 않으며 잘도 돌았다. 조금 느리게 돌면 팽이채로 팽이를 때리듯 손으로 슬쩍 쳐서 빨리 돌게 하였는데, 재빨리 도는 바람에 미처 떨어질 새도 없다. 그 쟁반이 지쳐서 조금 삐딱해지면 요술쟁이는 다시 댓개비를 질러 올렸고, 쟁반도 다시 힘을 받아 한 자 넘게 높이 치솟았다가 한 치 어김없이 댓개비에 내려 앉아 팽팽 뺑뺑이를 돌았다. 도는 그대로의 쟁반 얹은 댓개비를 요술쟁이 자기 오른쪽 신발에 꽂으니, 쟁반들 처음 돌아대던 그대로 돌고 돌다가 또 돌았다. 다시 한 개비로 쟁반을 처음처럼 돌리다가 왼편 신발에 꽂고, 또 한 개비로 돌리다가 돌리던 그대로 오른편 옷깃에 꽂더니, 또 다른 한 개비도 돌리다가 도는 그대로 왼편 옷깃에 꽂았다. 온 몸에서 쟁반 네 개가 핑글핑글 돌아가게 해놓고, 그래놓고 한 댓개비 끝에 다섯째 쟁반을 얹어 흔들고 치밀고 핑핑 돌렸다. 이따금 손으로 칠 때마다 쟁반이 쟁쟁 울었다.